보호무역주의의 물결 속에서 기업들은 오히려 개방형 플랫폼인 오픈 이노베이션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에 과거 역사에서 성공 방정식을 도출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일본 정부 산하 지식재산전략본부는 6월 보고서에서 “삼성은 직원과 외부인의 5~6명으로 팀을 구성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경영혁신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 비마(Viima)는 삼성이 크게 파트너십과 벤처, 액셀러레이터, 인수·합병(M&A)의 네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2014년 스타트업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하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폐쇄형 혁신’의 대명사였던 IBM은 2001년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을 도입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노베이션 잼은 혁신과 협업을 촉진하는 IBM의 경영도구로 자리잡았다. 회사 직원은 물론 고객 등 내외부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레고는 고객의 참여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레고 아이디어 사이트’ 등을 통해 사용자의 디자인 평가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 신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실제로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에 나온 스튜디오를 형상화한 제품이 레고 아이디어 사이트를 통해 개발됐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차세대 가전제품의 설계와 개발 등을 위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모집하고자 2014년 미국 루이빌대학과 함께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인 ‘퍼스트빌드(FirstBuild)’를 설립했다. 중국 하이얼은 2016년 GE 가전 부문을 인수한 뒤에 퍼스트빌드를 더욱 발전시켰다. 퍼스트빌드는 현재 미국 루이빌은 물론 중국 상하이와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으며 참가자는 2만 명이 넘는다. 퍼스트빌드에서 미국 기숙사용 미니 냉장고와 가정용 제빙기인 ‘오팔 아이스 메이커’ 등 개성 있는 제품이 탄생했다.
일본 삿포로맥주는 지난해 10월 ‘HOPPIN‘ GARAGE’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수제맥주를 직접 만들고 싶은 소비자들을 웹사이트에서 모집해 삿포로 직원과 함께 컬래버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이트상에서는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이벤트 참가자도 모집해 모두가 새로운 맥주를 즐기는 축제를 연출한다. 이미 10종류의 맥주가 탄생했으며 삿포로맥주는 이 중 일부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받아들여 신제품을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전형적인 사례다.
애플은 하드웨어 생산은 아웃소싱하지만 제품 개발은 철저히 비밀리에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폐쇄적인 태도에도 애플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에서는 그 적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이라는 새 시장을 창출한 배경에는 앱스토어를 통해 제3자 개발자들을 애플의 생태계로 끌어들인 것이 가장 큰 비결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