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던 8월 9일 이후 지난 2개월, 한국 사회는 완전히 두 동강나고 나라가 멈췄다. 하루도 조국 뉴스로 도배되지 않은 날이 없고, 어디서 누굴 만나도 조국 얘기뿐이다. 다른 이슈는 끼어들 여지도 없다.
검찰개혁? 해야 한다. 검찰은 법치의 파수꾼이 아니라 정권의 시녀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소불위의 칼로 억울한 사람 수없이 만들어낸 적폐, 과잉수사와 인권침해의 해악을 오랫동안 많이 봐왔다. 개혁의 당위성이다. 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 다 좋다. 하지만 어떤 개혁이든, 누가 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옳은 일일수록 청산 대상인 기득권에서 걸림이 없고, 도덕성의 믿음을 갖춘 깨끗한 손이 개혁의 주체여야 한다.
그런데 그 인물이 조국이다. 조국과 그 가족을 둘러싼 불법, 비리, 위선, 거짓, 부도덕의 산더미 같은 의혹과 범죄 혐의들은 새삼 거론하기도 질린다. 우리 사회 상식이 무력화되고, 모든 모순구조가 그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환멸만 커졌다. 조국의 개혁은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정권은 그래도 밀어붙인다. 사생결단이다. 개혁의 상징으로 삼은 조국의 추락을 두려워하는 정치공학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무리수인데, 다시 검찰개혁의 프레임을 들고 나와 사태의 본질을 덮는다. 사회공동체의 공정과 정의, 옳고 그름(善惡)의 윤리가 무너지면서 비롯된 가치투쟁은, 좋고 싫음(好惡)의 정치적 향배에 따른 편가르기 싸움으로 변질됐다.
여당과 야당 두 진영의 치킨게임이다. 결국 군중동원의 거리투쟁이다. 내 편 사람들 모아 놓고 모두 국민의 뜻을 판다. 하지만 이 혼돈에 휩쓸려 불안한 대다수 일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선동정치로의 퇴행(退行)이자 대의민주주의의 자멸(自滅)이고, 국민분열과 국가혼란의 악순환이다.
국정은 마비됐고, 권력게임에 매몰된 파괴적 정치만 난무한다. 510조 원의 내년 예산안과 1만6000건의 법안을 쌓아놓고 있는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 국정감사도 온통 조국뿐이다. 도끼자루 썩어든 지 오래인데 조국 수렁에 빠져 꼼짝 못하는 나라 꼴에 착한 국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안보를 지탱하는 한미동맹의 앞날이 어찌될지 모르고, 북한은 가장 위협적인 SLBM(잠수함탄도미사일)을 쏴대는 데도 쳐다보고만 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급하고 절실한 건 없다. 경제는 빈사(瀕死) 상태다. 민생이 더 피폐해지면서 빈부격차는 커진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중첩된 위협이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수출은 10개월째 줄어들고, 생산·소비·투자·물가지표는 갈수록 나빠져 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 장기불황, 디플레이션의 빨간불이 켜졌지만 금쪽같은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경제 침몰과 악순환의 경고가 안팎에서 잇따른데도 모든 게 조국이고 검찰개혁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는 버린 자식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선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위기, 적어도 30년은 갈 최악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비상경영 체제다. 엄살이 아니다. 삐끗하면 몰락하는 벼랑 끝의 기업들이다. 이들에겐 어떻게든 고난을 이겨내 직원들 밥줄 지키는 것보다 절박한 게 없다. 그들이 경제를 떠받치는데, 세금 걷어 흥청망청 쓰는 정치가 나라를 망가뜨린다. 경제가 무너지면 정치를 삼킨다. 이 꼴로는 국민 삶만 절망스러워지고 개혁 또한 헛구호다. 멈추고 제발 먹고사는 얘기 좀 하자. 그게 국민의 명령이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