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훈민정음, 예술을 입다'…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날 프로젝트

입력 2019-10-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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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글과 디자인을 접목한 실험적인 전시회다. (홍인석 기자 mystic@)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글과 디자인을 접목한 실험적인 전시회다. (홍인석 기자 mystic@)

“생각보다 예쁜데?”

관람객은 한글을 두른 옷을 보고 크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낯선 모양의 한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한글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저마다 느낀 것이 다를지라도 관람객은 한글의 변화와 적용을 두고 “괜찮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한글디자인:형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9월 9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진행한다. 한글의 다양한 해석, 예술과 산업 콘텐츠로서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다. 22개의 작가와 디자이너가 합세해 한글을 예술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주제로 한글을 그라피티(공공장소의 벽이나 문 따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로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사랑해'라는 글씨가 보인다. (홍인석 기자 mystic@)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주제로 한글을 그라피티(공공장소의 벽이나 문 따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로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사랑해'라는 글씨가 보인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글실험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연 것은 한글로 다양한 실험을 해보기 위해서다.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디자인 분야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고 판단한 것. 여기에는 문영호 초대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의 혜안이 주효했다. 한글과 디자인이 만나는 곳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고, 이애령 전 전시과장이 ‘한글실험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계획을 구체화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직접 밟아 볼 수 있는 장소다. 지압판도 갖춰져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직접 밟아 볼 수 있는 장소다. 지압판도 갖춰져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글과 디자인의 접목은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옷이나 마루처럼 실생활에서 가깝게 접하는 상품에 한글의 속성과 아름다움을 살린다면 의미는 물론 경제적 가치도 만들 수 있어서다.

이날 만난 김은률(18) 학생은 “옷이 독특해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마루는 변형할 수 있다고 하니 실내장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잇템’이 될 수도 있겠다”라고 평가했다.

한글이 디자인과 접목해 상품적 가치가 있는 것은 한글이 가진 속성과 관련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김은재 학예연구사는 “한글은 다른 언어와 달리 ‘모아쓰기’라는 속성이 있다. 네모 틀 안에 자음과 모음을 넣고 글자를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 한글의 특성으로 실용적 디자인을 갖춘 상품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소재로 디자인한 옷이다. 업계 주목을 받는 디자이너도 참여했다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소재로 디자인한 옷이다. 업계 주목을 받는 디자이너도 참여했다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자칫 한글을 상업적 용도로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 수도 있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글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진행하는 ‘유일한’ 전시인 데다, 외국에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글이기 때문이다. 김은재 학예연구사는 “해외 박물관은 가보면 아시아를 많이 다루지 않고, 한국에 관한 관심도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한글이 한국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한글실험프로젝트가 세 번째지만, 어느 정도 궤도 위에 오른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시험적 성격이 강했던 두 번의 전시회가 각각 4만5000명, 3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할 만큼 호응이 좋았다.

김 학예연구사는 “우리는 현재 유명한 작가나 디자이너보다는 앞으로 유명해질 사람들과 작업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먼저 접촉해 오는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작가들이 알파벳 말고 한글이 작업의 소재가 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소재로 만든 의자와 조명. 김 학예사는 "관람객이 정답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소재로 만든 의자와 조명. 김 학예사는 "관람객이 정답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국내외 관람객도 한글의 새로운 시도에 반색하고 있다. 이진성(17) 학생은 “조형물들이 한글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보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라며 “다양한 곳에 한글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 결과물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왔다는 카리나(27) 씨는 “예쁜 한글이 옷이나 마루, 조형물로 변한 것을 보니 신기하다. 내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는 방도 재밌다”라고 말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앞으로도 한글을 두고 다양한 실험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광고 언어'를 디자인과 접목한 전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10회, 20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라며 "도시와 문자, 방송ㆍ영화와 문자 등 한글의 속성을 다룬 전시회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글실험프로젝트' 전시회장 옆에 마련된 공간은 외국인이 한글을 써보고 느껴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글실험프로젝트' 전시회장 옆에 마련된 공간은 외국인이 한글을 써보고 느껴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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