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양질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세제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과 지원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우리나라의 부품·소재의 자립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R&D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유인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양국의 R&D세제지원 정책을 비교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대기업 R&D 세제지원 한일 양국의 순위 격차가 10년간(2009~2018년) 3단계에서 13단계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격차 확대에 대해 우리나라가 대기업에 대한 R&D지원을 축소하는 동안 일본은 R&D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제율 및 한도 상향 △투자 인센티브 확대△공제비용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등 상반된 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 대기업의 일반 R&D 총액방식은 매출액 대비 R&D비용 비중의 절반을 2%한도 내에서 공제율(0~2%)로 설정하는 반면, 일본은 기본공제율 6%에 투자 증가율에 따라 14%까지 공제 받을수 있어 양국의 투자 공제율 차이가 크다.
한국은 2013년 이후 일반 R&D 공제율을 3~6%에서 0~2%로 4차례 축소한 반면, 일본은 8~10%이던 공제율을 6~14%로 확대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일반 R&D 조세감면율이 13년 12.1%에서 4.1%로 5년 동안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OECD에서 발표하는 36개국의 대기업 R&D 세제지원 순위가 10년간 한국은 14위에서 27위로 13단계 크게 하락했고, 11위에서 14위로 3단계 하락한 일본과의 격차가 커졌다.
일본과의 R&D 투자 격차는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올해 기존 인센티브 구조를 더욱 강화하고 양질의 R&D 투자를 늘리기 위한 세법개정을 했다. 일본 R&D공제는 기본공제인 R&D투자 총액형에 이어 △매출대비 R&D비용 비율이 10%이상인 기업(고수준형)과 △외부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위탁 연구(오픈이노베이션형)하는 기업에 대한 추가 공제로 구성된다.
기본공제인 총액형의 경우 기업의 R&D투자의 일정 비율을 단순히 감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증감에 따라 세액공제율이 변화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기존 인센티브 구조를 강화해 과거에 비해 R&D증가율이 0~8%일 경우 공제율을 인상하고 증가율이 -25%~0%일 경우 공제율을 인하하도록 조정했다.
일본은 R&D투자의 ‘양’을 증가시키기 위해 고수준형 세액공제제도를 2년간 연장하고, 공동·위탁연구에 대한 공제 상한을 법인세액의 5%에서 10%로 확대했다. 또한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해 대기업이 연구개발형 벤처기업과의 공동·위탁연구를 통해 혁신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추가 공제율을 2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받을수 있는 최대 R&D공제 한도가 법인세액의 40%에서 45%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일본은 조세지원 대상이 되는 R&D비용의 인정 범위가 넓다는 점도 기업들에 유리하다. 인건비 규정에서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퇴직금 및 복리후생비 전반이 포함되고, 연구시설이 사용한 광열비, 수선비 등 간접비용도 공제 대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또 한국은 전담인력 및 전담부서 요건을 충족해야만 공제를 인정해 주지만, 일본은 적격 연구개발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전담 연구 인력의 학력요건과 연구개발 시설 관련 물적 요건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은 R&D공제제도가 일반R&D와 신성장·원천기술R&D로 이원화돼 있어 일본과 지원 체계가 다르지만 신성장·원천기술 R&D의 활용도가 낮아 일반R&D 지원 제도로 국가간 비교가 가능하다. 한경연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공제율, 공제 한도가 낮아 R&D투자 양을 증가시키기 위한 유인책이 부족하고, R&D투자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낼 제도가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국가간 무역전쟁과 4차 산업혁명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기존의 물적투자와 고용확대에 따른 성장에 한계가 나타나면서 우리경제의 혁신성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R&D 투자 확대를 위한 공제율 및 공제한도 상향 등 양적 확대와 함께, 공동·위탁 연구 대상 및 공제범위 확대를 통한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