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계 의견을 이날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 9월 6일 입법 예고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에 해당하는 일부 주주활동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영개입에서 제외되는 주주권은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주주권(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 △배당 관련 주주제안 △국민연금이 행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정관변경 △시장과 기업에 대한 단순 의견전달 또는 대외적 의사표시 등이다.
경영계는 ‘경영개입’의 인정 범위 축소가 대량보유 주주와 경영자 간의 정보 대칭성과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직·간접적으로 기업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류하는 자체가 논리적·개념적·실체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다며 판단한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은 그 자체로 회사의 경영권과 자본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영계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경영개입 범위 축소의 혜택이 모든 기관투자자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요기업 지분을 5% 이상 대량 보유한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기펀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개입을 보다 쉽게 하려는 시도라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시행령 개정안 통과 시 국민연금이 투자회사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신주발행 유지청구,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경영개입이 쉬워지며, 결과적으로 기업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며 관련부처, 국책 연구기관, 노사 대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시민단체, 정치권의 기업 경영개입과 규제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아울러 외국과는 달리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경영개입 범위가 축소될 경우, 글로벌 투기자본의 공격 수단을 더욱 확대·보장하는 역효과 발생이 우려된다.
경영계는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이를 확대하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오히려 대량보유 주주에 대한 보고 요건을 현행 5%에서 3%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을 매개로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의 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능력이 무력화되는 데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현재 대내외적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의 기업 경영개입 활동을 강화하면 기업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