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중 무역분쟁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P) 정도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이 총재는 이날 동행기자단과 간담회에서 “IMF 분석 결과를 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성장률 하락 효과가 중국은 1.0%P, 미국은 0.3%P, 유로는 0.2%P인데, 한은 조사국도 내가 출장을 오기 전 분석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미·중 추가 관세 인상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0.2%P 하락하고,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0.2%P가 추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추가 관세 영향 분석에는 세계산업연관표(WIOD), 불확실성 효과 분석에는 한은 거시계량모형(BOK12)을 각각 활용했다.
이를 반영하면 정부 성장률 전망치는 2.4~2.5%(7월)에서 2.0~2.1%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와 IMF(2.0%)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반도체 불황을 감안하면 올해 실제 성장률은 2.0%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우리 총수출의 40%가 미·중 두 나라에 관한 건데, 중국이 26~27%, 미국이 약 10%, 홍콩을 경유해 중국까지 가는 것을 합치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양국의 수출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두 나라 간 분쟁에 우리가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IMF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0%로 봤는데, 미·중 무역분쟁으로 0.4%P가 낮아졌다는 건 상당히 큰 수치”라며 “여기에 반도체 경기 부진까지 가세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관련해선 “완화적으로 유지하되, 현재는 부진한 경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겠지만 완화를 어느 정도로 끌고 갈지는 대외 리스크 같은 것을 보고 그것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금융이 안정됐는지 보면서 그때그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로금리까진 아직 많이 남았으니 가능성을 여기에서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특히 “내년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빨리 저금리를 정상화시켜 놓아야 한다”며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정말 어려울 때 다시 대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정책의 기대효과가 있는가 하면 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 등 비용도 있다”며 “앞으로 조정 여부는 지금까지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것은 다 이런 것을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