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사모펀드 사태, 욕망과 방관이 본질

입력 2019-10-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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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 차장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이 촉발하고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기름을 부은 사모펀드 문제로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투자 의혹에 ‘사모(私募)’펀드는 마치 불법의 온상 같은 이미지로 고착되고 있다.

사모펀드가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정부가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부터다. 당시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완화된 규제에 사모펀드의 몸집은 크게 불어났다. 특히 극소수 부유층과 기관투자자에서 중산층 금융소비자로 투자자가 확대되고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유입되면서 성장 속도는 가팔랐다.

사모펀드의 설립이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운용사 진입요건은 인가에서 등록으로 바뀌면서 2014년 말 10곳이던 전문 운용사는 지난해 말 169개사, 올해 상반기 기준 186개사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또 올해 9월 말 현재 사모펀드 설정액은 394조9537억 원으로 2015년 10월 말(197조2655억 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설정액은 올해 들어서만 61조7000억 원이 늘어 최근 성장 속도라면 연내 400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사모펀드에 영광만이 있었을까. 최근 벌어진 DLF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빚은 금전적 손실 규모가 워낙 커 대중화된 측면이 있을 뿐, 상품 운용을 무리하게 하던가 수수료만 챙기고 소비자 보호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등의 여러 문제는 꾸준하게 있었다.

어제오늘 벌어진 문제가 아니란 뜻이고 그렇기에 금융투자업계의 책임이 크다. 일부이긴 하지만 판매자들은 수수료 수익에 눈이 멀어 고객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DLF 상품을 팔았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에는 고수익을 내세워 투자금을 모으고 무리한 투자로 외형 성장에 치중한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정 노력과 내부통제가 미흡했음을 업계는 반성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 상기했지만 쟁점이 되는 상품의 규모 차이일 뿐 불완전 판매와 같은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현상 파악은커녕 문제 해결에 등한시했다. 그나마 꺼내 든 것이 완화 기조에서 돌아선 ‘규제’ 카드다. 100% 완전 무결한 해결 방안이 있을까. 누더기 보수라 질책 받더라도 이전과 결이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원금보장이 되면서 수익률도 높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금융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란 격언은 금융투자업계에선 진리와도 같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수익률만을 좇아 깜깜이 투자에 나서곤 한다.

실제로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실시한 ‘2018년 펀드 투자자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펀드 지식 관련 평균점수는 10점 만점에 5.4점으로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7년 7.5점보다 오히려 퇴행했다. 게다가 가입 펀드의 운용보고서를 읽어봤다는 응답률(41.8%)보다 보고서를 받았지만 읽지 않았다는 응답률(53.9%)이 더 높았다. 당연하게도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를 시간이 지나면 확정된 이자를 받는 ‘저축’처럼 오인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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