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장기화와 미중 무역협상 난항 여파로 홍콩 경제가 10년 만에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31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홍콩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사실상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계절 조정치를 감안하면 GDP 증가율은 -3.2%였다.
홍콩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내 수요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했다”면서 “대규모 시위가 소매 관련 분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 소비 지출 감소는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시아 금융 허브이자 글로벌 성장 엔진이었던 홍콩 경제는 지난 여름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 장기화로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반정부 시위 여파로 인한 관광 수요 감소와 투자 심리 위축은 관광 및 무역대국인 홍콩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지난 8월 홍콩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하는 등 역대 최대 낙폭을 보였다. 관광객 수도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고 수입도 같은 기간 10.3%나 줄었다.
반정부 시위에 가로막힌 홍콩 경제 성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더 큰 수렁에 빠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홍콩 정부는 지난주 택시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한 연료 보조금 지원, 여행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포함한 20억 홍콩달러(약 3000억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한 소비 및 투자 심리는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연구 보고서에서 “GDP가 4분기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시위가 가라앉으면 위축 속도는 완화될 수 있지만 투자 심리가 약해져서 회복은 더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