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66) 전 롯데케미칼 사장과 기준(71) 전 롯데물산 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200억 원대의 세금 환급 ‘소송 사기’를 벌인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허 전 사장과 기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허 전 사장은 세무법인 대표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와 롯데케미칼의 협력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여행 비용 등을 지원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허 전 사장과 기 전 사장은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에 재직하면서 2006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512억 원의 허위 회계자료를 근거로 소송을 내 2008년에 200억 원대의 법인세를 환급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는) 고정자산에 대한 평가나 합병ㆍ분할ㆍ매각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의 진술에 불과하다”며 “유형자산 감액손실액 1512억 원이 분식회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정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허 전 사장이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발전기 연료로 쓰이는 석유제품 부산물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13억 원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문제가 된 물품이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 전 사장은 롯데케미칼이 원자재 수입을 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포함해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59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기업 경영진의 경영상 판단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며 무죄가 타당하다고 봤다.
이 밖에도 허 전 사장은 국세청 출신인 세무법인 T사 대표 김모 씨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500만 원을 건넨 혐의(제3자 뇌물교부)와 무역중개 업체로부터 롯데케미칼의 수출입 중개업체로 선정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해외여행 비용 등으로 4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재판부는 “허 전 사장은 당시 대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이사로 법률과 윤리를 준수하며 기업을 운영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적극적으로 뇌물교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업체로부터 받은 재산상 이익을 모두 반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