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이 연1% 대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투자자금은 은행 통장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저축성 예금의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적금 잔액은 706조7868억 원으로, 한달 전보다 13조8566억 원(2.0%) 늘었다.
1월엔 642조7746억 원, 4월엔 657조3133억 원, 7월엔 678조383억 원을 기록했다. 9개월 새 64조 원이 늘었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기예금으로 돈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둔화하고 부동산 시장마저 규제로 움츠려 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금리와 관계없이 안전한 은행 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은행들도 반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465조2532억 원이다. 9월 말(471조574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1월 이후 전체적으로 보면 꾸준히 늘고 있다.
요구불 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금리가 정기예금·적금보다 크게 낮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을 주고 당장 대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구불 예금은 유치전이 치열한 분기 말에 잔액이 치솟는 등 일부 부침이 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자금을 넣어뒀다가 적당한 투자처를 찾으면 언제든 찾아 떠나는 대기자금 수요가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