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人和)경영’을 앞세웠던 LG그룹의 최근 행보가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휴대폰, 가전,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그룹의 주요 먹거리 사업이 최근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기술 경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LG전자는 6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ㆍ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중국 TCL을 상대로 휴대폰 통신기술 관련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TCL이 판매 중인 피처폰과 스마트폰 일부 기술이 LG전자가 앞서 개발한 ‘LTE(롱텀 에볼루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소송의 쟁점이 된 표준특허는 총 3가지다. 이들 모두 휴대폰에서 LTE 통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기술이다.
LG전자는 이번 특허 소송과 관련해 “2016년 TCL에 첫 경고장을 보낸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특허 라이선스 협상을 요구했으나 TCL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LG전자는 경쟁사들의 부당한 특허 사용에 엄정하게 대처하고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고 소송의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가 경쟁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중국 하이센스를 상대로 TV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LG전자가 중국 TV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7년 TCL 이후 12년 만이다.
앞서 9월에도 독일 뮌헨 지방법원에 유럽 가전업체인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3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양문형 냉장고가 LG전자의 특허 기술인 ‘도어 제빙’을 침해했다는 게 핵심이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전생규 부사장은 당시 “지적 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당사 특허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송전은 일찌감치 4월 LG화학이 포문을 열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의도적으로 채용해 영업 비밀을 빼내 갔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G그룹이 국내외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LG는 TV, 스마트폰,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TV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북미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점유율 11.6%에 그쳐 4위에 머물렀다. 1위에 오른 삼성전자(22.2%)는 물론이고 중국 TCL(21.2%)보다 저조한 성적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톱 5’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배터리 분야 역시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문화를 바꾸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구 회장은 9월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에서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