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확 ‘해들‘, 평가서 일본 압도…재배 품종 1위~4위 모두 국산
외래종 종자‧비축미 축소 방침
이천의 대표 쌀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쌀'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천쌀에 일본 등에서 들여온 외래품종이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드물다. 거기다 '일본쌀=맛좋은 쌀'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아직은 많다.
실제로 일본 품종은 쌀 시장에서 이른바 '밥맛 좋은 쌀'로 여겨져 왔다. 1970년대 식량난 해소를 위해 통일벼를 보급했지만 밥맛이 떨어지면서 일본 품종이 맛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고품종에 대한 요구가 생기면서 '고시히카리', '아키바레(추청)', '히토메보레' 등의 품종이 수입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쌀 생산면적인 7만5700ha 가운데 약 10.3%에서 이들 일본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일본 품종은 병충해에 약하고 재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있는 쌀, 비싼 브랜드라는 인식으로 국산 품종보다 15~20%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이 때문에 재배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경기와 인천, 충북 등에서 꾸준히 재배됐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제품과 기술 '독립' 움직임에 농업분야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종자를 중심으로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고, 일본산을 뛰어넘는 고품질 벼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산 품종을 사용해야 한다는 애국심 때문이 아닌 실제 품질면에서 앞서는 이유로 국산 고품질 벼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 1위에서 4위까지인 '신동진', '삼광', '새일미', '새누리'는 모두 국산이다.
농진청은 쌀 시장개방을 대비해 2003년부터 품종 개발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최고품질 품종 18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 중이다. 이들 최고품질 벼 재배면적은 2006년 0.6%에서 지난해에는 25.2%까지 비중을 높였다.
올해 첫 수확이 이뤄진 '해들'도 최고품질 벼를 목표로 탄생한 우리 쌀이다.
해들은 2016년 농진청이 이천시, 농협과 함께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로 2017년 개발한 조생종 최고품질 벼다. 육종가가 교배하고 농업인이 선발해 소비자 평가단이 결정했다. '해들'이라는 이름도 지역민들이 직접 선정했다. '벼를 키우는 해, 벼가 자라는 들'이라는 뜻이다.
밥맛에서도 일본 품종을 뛰어넘었다. 2017년 신품종선정위원회에서 뛰어난 밥맛과 재배 안정성을 인정받은 해들은 소비자 밥맛평가단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테스트에서 48%가 가장 맛있는 쌀로 손꼽았다.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를 선택한 비중은 29%에 그쳤다.
이어 2022년까지는 고시히카리를 대체하는 '해들', '추청'을 대신한 '알찬미' 등으로 임금님표 이천쌀의 원료 100%를 국내품종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최고품질 쌀 생산을 지역 명품 브랜드로도 육성한다. 지역별 토양과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벼 종자를 보급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쌀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중부 평야지역은 삼광벼와 참드림, 맛드림, 대보, 진광, 해들벼를 중점 보급하고 남부 평야지역엔 호품벼, 영호진미, 미품, 예찬미를 일본품종의 대체품종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올해 11개소 2755ha인 최고품질 거점단지를 2022년까지 35개소 7600ha까지 확대한다. 김 원장은 "지역 거점 미곡종합처리장(RPC)와 연계해 최고품질 쌀 생산·유통 단지를 조성하고 지역특화 명품 쌀 브랜드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23% 수준인 최고품질 품종 보급률을 2027년에는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진청은 외래품종 종자 보급과 공공비축미 수매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일본품종 재배면적은 2021년 4만ha, 2023년에는 1만ha 이하로 줄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 2925톤에 달하는 외래품종 보급종을 2023년에는 완전 중단할 계획이다.
김두호 농진청 국립식량과원 원장은 "공공비축미 매입 대상 품종에서 일본 품종인 추청이 제외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와 지속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기획: 농촌진흥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