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투데이가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부터 2019년 3분기까지의 연구용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금연이 전체 용역(6억8116만 원)의 절반가량인 44%(2억9882만 원)를 수주했다. 해당 기간 금융위가 발주한 연구 용역은 총 134건으로, 한금연은 이 중 58건(43.3%)의 계약을 따냈다. 나머지는 대학 산하 협력기관, 법무법인, 금융학회 등이 나눠 맡았다.
금융위가 한금연에 발주한 연구 용역의 구체적인 금액을 살펴보면 2019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금융위가 지출한 연구 용역은 4억7582만 원으로, 이 중 한금연이 수주한 연구 용역은 2억4218만 원이다. 절반 이상을 한금연이 독식한 셈이다.
한금연의 독식은 수년간 계속됐다. 금융위가 2018년 지출한 연구 용역비 9억5932만 원 가운데 38%에 해당하는 3억7270만 원이 한금연으로 전달됐다. 특히 2017년에는 4억5753만 원 중 2억2913만 원(50%)을 한금연이 가져갔다.
한금연은 금융위가 올해 주력으로 하는 핀테크 특화 인허가 연구나 규제혁신 등의 연구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관리·감독체계 실태 점검과 기업 구조조정제도 효용 평가 등의 연구도 도맡았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사실상 대부분의 연구를 한금연에 위탁한 셈이다.
금융위는 한금연에 연구 용역을 몰아주는 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금연이 금융위와 정책과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수행하는 것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용역을 주는 경향이 있다”라며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기획재정부 용역을 도맡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 용역비가 몰리는 탓에 독립적인 연구 결과를 내야 할 한금연이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하부 기관’처럼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금연은 늘 친정부 성향의 연구 내용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금연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처럼 국책연구원도 아닌데 사실상 금융위 전담 정책연구원으로 금융위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은 기관이 됐다”라며 “이런 식으로 연구기관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면서 부처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해당 부처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연구기관들이 주문 생산하듯 정부 부처가 원하는 연구 결과만 발표하고, 연구기관 고문은 퇴직 공무원들의 단골 재취업 자리가 됐다”며 “한금연처럼 국책기관이 아니면서 사실상 산하기관처럼 금융위의 연구 용역을 독점하는 기관은 견제받지 않는 민간기구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