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에 한국 농업 심는다⑥] 단감 1400만 달러 수출 신화 쓴 ‘창락농산’서 배우자

입력 2019-12-16 13:56 수정 2019-12-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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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가격 폭락하자 해외로…박람회 쫓아다니며 판로 개척

한국산 과일 자체 브랜드 추진…亞시장 경쟁 치열 지원 강화해야

▲이달 5일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산업포장을 받고 있는 나영호 창락농산 대표.  (사진제공=창락농산)
▲이달 5일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산업포장을 받고 있는 나영호 창락농산 대표. (사진제공=창락농산)
경남 창녕은 단감 산지로 유명하다. 올해 열린 '2019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도 최우수상과 장려상을 차지했고, 2016년부터 꾸준히 수상을 이어오고 있다.

1979년부터 이곳에서 저온저장창고를 운영하던 창락농산은 1999년 처음으로 단감을 싱가포르로 수출했다. 창락농산이 수출에 뛰어든 이유는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문이다. 당시 단감 가격은 3분의 1로 떨어졌다.

나영호 창락농산 대표는 "㎏당 7만 원 하던 단감 시세가 2만 원까지 떨어지면서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단감을 저장하던 농민들과 함께 수출로 눈을 돌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수출단가는 국내 시세보다 조금 높았던 ㎏당 3만 원 선. 큰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떨어진 국내 가격과 장기적인 안목에 따른 판단이 지금의 창락농산과 아세안 수출 시장을 만들었다.

이달 5일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에서는 우리 농산물 수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창락농산은 현재 한국에서 단감을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으며, 딸기도 1, 2위를 다투는 규모로 성장했다.

수출 첫해 100만 달러를 밑돌았던 수출액은 1400만 달러까지 올라섰다. 가장 큰 시장은 홍콩으로 매년 500만 달러 이상의 한국산 과일을 수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필리핀 등 모든 아세안 시장에 농산물을 수출한다.

나 대표는 "당시 일본과 한국만 단감을 소량 수출하던 시기였고, 처음 단감을 수출하고 나서 바이어들로 부터 딸기와 배 등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다"며 "이후 말레이시아로도 수출이 이어졌고, 거의 모든 수출박람회를 쫓아다니며 판로 확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 빠른 움직임으로 베트남에는 창락농산이 가장 먼저 한국산 딸기를 수출했다. 베트남 시장 개방 이후 2017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지금은 롯데마트와 직거래로 딸기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 초기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단감의 경우 물러지는 변화가 있지만, 바이어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바이어가 단감을 수입한 뒤 물러지는 것 때문에 클레임을 걸기도 했다"며 "클레임이 나면 무조건 직접 물건을 보러 찾아다녔고, 사실 당시 바이어들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오랜 기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어를 비롯해 품질에까지 신뢰가 쌓였다. 나 대표는 "이제는 클레임 처리도 최소화해 여기에 드는 비용을 줄여 단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 바이어와 한국산 과일에 대한 자체브랜드화를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9월 홍콩에서 열린 '2019 홍콩 신선농산물박람회'에 참석한 나영호 창락농산 대표(오른쪽) (사진제공=창락농산)
▲올해 9월 홍콩에서 열린 '2019 홍콩 신선농산물박람회'에 참석한 나영호 창락농산 대표(오른쪽) (사진제공=창락농산)

나 대표는 이달 14일에도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홍콩을 다녀왔다. 현지 바이어를 만나고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현지 시장이 치열해졌다. 이 때문에 자체브랜드화가 필요하고,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홍콩 신선농산물 박람회'에는 2009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고, 정부의 지원이 없는 국가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는 자비로도 참가한다"며 "검역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특히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농산물 수출에 대해 수출물류와 현지 판촉비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현지 시장 정보와 함께 검증된 바이어를 소개해주는 역할도 농산물 수출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단가 경쟁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이에 나 대표는 농가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등으로 이제 수출업체에 대한 물류비 지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수출업체가 아닌 농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의 절반 가격 수준인 이집트와 뉴질랜드산 딸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농가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수출 단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출통합조직의 역할도 더욱 확대하고, 보다 유동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단계적으로 감축되는 물류비 지원예산을 WTO가 허용하는 품질관리비 등 간접지원 형태로 전환, 수출통합조직 육성에 나섰다.

나 대표는 "무분별한 단가 경쟁을 막기 위해 수출통합조직에서 단가를 결정하고 지원을 조율할 필요는 있지만,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되는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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