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신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3000억 엔(약 3조2000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기 위해 일본 3대 은행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에 대한 대출 잔액은 2019년 3월 현재 약 1조4000억 엔에 이른다. 일본 3대 은행 모두 1982년부터 약 40년간 소프트뱅크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그러나 미국 사무실 공유서비스 업체 위워크 등 스타트업에 대한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10조 엔을 굴리는 비전펀드의 투자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소프트뱅크에 대한 추가 대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와 우버테크놀로지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실패로 64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4년 만의 첫 적자였다.
가즈미 다나카 DZH파이낸셜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일본 은행들은 손 회장의 경영 능력을 보고 대출을 해줬다”면서 “위워크 문제는 그들이 신뢰했던 요소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소프트뱅크 측에 납득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소프트뱅크에 “추가 대출 전 위워크 정상화 계획을 제시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의 고위 관계자도 “소프트뱅크 대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손 회장의 전략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에는 14조 엔의 장기 채무가 있는데, 비금융 회사로는 미국 AT&T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자금 회전이 되지 않아 위기에 빠졌을 경우, 소프트뱅크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신용을 뒤흔들 수도 있는 엄청난 규모다.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지금까지 일본 은행들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기관과 친하게 지내온 소프트뱅크와 거래하는 것이 영광이었지만, 위워크 문제를 계기로 위험 요인이 현실화하면서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기관에게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중요한 고객이다. 대출은 물론 기업 인수·합병(M&A) 자문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과 상장으로도 수익을 올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리먼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2015년 이후 세계 금융기관에 낸 수수료는 19억 달러가 넘는데, 이 대부분을 일본 금융사가 챙겼다.
소프트뱅크는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내부유보금에 손을 대거나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채권 발행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주거래 은행들과의 관계가 삐걱대면 1000억 달러 규모로 제2의 비전펀드를 조성하려는 손 회장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야지마 야스히데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프트뱅크의 최대 지원군이었던 은행들의 자신감 하락은 다른 곳에서의 자금 조달 노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소프트뱅크에 우호적이었던 은행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손 회장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