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글로벌 석유 시장의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올해보다 소폭 하락한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경기 회복의 걸림돌 한 가지는 줄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석유 콘퍼런스’에서 내년 두바이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59.68달러로 전망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지정학적 사건, 미·중 무역분쟁 등 시나리오별 변수는 있으나 기준 상황으로 봤을 때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올해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3.17달러 수준인 걸 고려하면 내년에는 5%가량 낮아진다.
이 본부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충분히 감산하거나 지정학적 사건에 의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고유가 시나리오일 때는 68.13달러를,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되고 OPEC의 감산 준수가 저조할 경우를 가정한 저유가 시나리오 시에는 52.49달러로 내다봤다.
결국 52.49~68.13달러 범위에서 국제유가가 움직인다는 분석으로 이는 내년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경기 회복의 불안 요소 한 가지는 사라졌다.
대외개방도가 높고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가 미치는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유가가 갑자기 뛰면 경제 성장률 전망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유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투자·소비심리가 악화한다. 또 주요국 제조 원가가 상승해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도 줄게 된다. 소비자 역시 에너지 비용 상승 탓에 지출을 줄여 결국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제유가 상승의 한국 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분기 평균 배럴당 53.9달러에서 70달러로 오를 경우 1년 후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WTI 가격이 60달러까지 오를 경우 0.22%, 80달러까지 치솟을 때는 0.96% 줄어든다고 봤다.
국제유가 안정화로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단 석유·화학 수출은 하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의 ‘2020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석유·화학 수출은 14.2%가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역시 공급과잉 상황 지속으로 수출단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대비 5.1% 감소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