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에서 매매 거래된 주택 가운데 15%가량을 서울 등 다른 지역 사람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해ㆍ수ㆍ동ㆍ남’(해운대ㆍ수영ㆍ동래ㆍ남구)이라 불리는 부산 동부지역 주택시장이 특히 들썩인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다른 시ㆍ도에 거주하는 사람이 사들인 부산의 주택 수는 2236가구다. 지난달 부산에서 거래된 주택(1만4163가구)의 15.7%를 외지인이 사들인 셈이다. 2006년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거래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전달(1219가구)과 비교해도 매입량이 83% 넘게 늘어났다.
‘원정 매입자’들의 매수세가 가장 많이 쏠린 지역은 부산진구(362가구)였다. 이어 해운대구(342가구)와 동래구(228가구), 북구(215가구), 남구(210가구), 수영구(186가구) 등이 상위권에 속했다.
이 가운데 해운대구와 동래구, 수영구는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이다. 지난해 연말 부산진구와 남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데 이어 세 지역까지 해제되면서 부산 전역은 정부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 대출 규제 조건이 완화된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40% 이하로 제한되지만, 비(非)조정대상지역에선 70%까지 늘어난다. 시가 9억 원짜리 주택을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서울에선 많아야 3억6000만 원을 빌릴 수 있지만, 부산에선 6억3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 금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갭투자’를 가로막던 걸림돌이 사라지는 셈이다.
부산 전역이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고 외지인까지 모여들면서 부산 집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부산 아파트 매매지수는 98.5로, 올해 저점이던 11월 둘째 주보다 한 달 만에 0.6% 상승했다. 특히 해운대구(2.3%)와 수영구(2.3%), 동래구(1.3%)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실거래에서도 10월까지만 해도 9억 원대에 매매되던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전용면적 131㎡가 이달 13일엔 13억1000만 원에 팔렸다.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전용 129㎡도 지난달 25일 사상 최고가인 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거래 한 달 전만 해도 이 단지는 7억 원에 팔렸다.
다만 부산에서 지역별 주택시장 희비는 갈리고 있다. KB 조사에서 영도구(-0.2%)와 사상구(-0.1%)의 아파트 매매지수는 10월보다 떨어졌다. 동부산보다 노후 주택이 많아 투자 수요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는 경계했다. 이재형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부산의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정부에서 새로 규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