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보다 절약하거나 지출에 신중을 기할 것이지만 주위의 응원도 필요하다. 그래서 기업들도 ‘함께 고난을 극복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소비자를 응원하는 것이 불경기 시대 마케팅의 핵심이어야 한다. 저비용 운영구조를 바탕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밸류 브랜드(value brand)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며 최소한의 광고 지원과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는 파이팅 브랜드(fighting brand)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저 그런 가격과 품질을 내세우는 중간 정도의 브랜드나 별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신제품은 활로를 찾지 못한다. 예를 들어, 5G 도입을 핑계로 몇 만 원씩 올라간 통신비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비자의 극심한 불만을 살 것이다. 반면 밸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나 신세계의 노브랜드 등은 내년에 더 기대되는 브랜드이다. 기업들도 허리를 졸라매야 하지만 무조건 비용을 줄이는 유동성 확보가 아닌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패 사례는 비용절감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작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이다.
불경기에 소비자는 구매 결정을 연기하거나, 더 저렴한 모델을 구입하려고 하거나, 더 적게 사려고 한다. 기업이 유도하려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신상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어도 새로운 브랜드나 새로운 상품군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인다. 분명한 변화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가 어떻게 불경기에 가치를 재평가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비용절감의 유혹으로 고객 조사 예산을 줄이는 기업은 거의 실패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소비자의 귀소본능이 작동한다. 집으로 빨리 돌아오거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심적으로 편한 가족과 친지 간의 교류 노력도 늘어난다. 홈 엔터테인먼트나 홈 퍼니싱, 홈 파티 등이 키워드로 등장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의 소비자는 잘 알려진 브랜드의 확실성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이미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은 불경기에 그렇지 못한 기업과의 경쟁력 격차를 쉽게 벌릴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는 핵심 효익과 가치에 관심을 기울인다. 다목적 제품(예를 들어 주서기보다는 믹서기), 가격 대비 고품질의 고가치 제품, 옵션이나 다기능이 제거된 단순기능 제품, 그리고 자체 브래드(PB) 상품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제품 라인과 포트폴리오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음식점이라면 메뉴의 단순화가 필요하며 구색 맞추기 상품은 비용만 초래될 뿐 역할이 분명하지 않게 될 것이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성이나 조사 노력이 증가하는 만큼 가격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가격을 인하할 필요는 없으나 가격할인 행사는 더욱 자주해야 한다. 수량 할인에서 수량의 규모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2+1은 1+1으로 바꾸는 것이다. 6개 혹은 10개들이 등 ‘들이상품’의 가격은 공격적이어야 한다. 가격 할인은 경품이나 샘플 제공보다 더 효과적인 판촉 방안이 될 것이므로 판촉 예산의 수정도 필요하다.
불경기에 제조업체들은 유통망 관리에서도 변화가 필요한데, 유통기업에 제공될 장려금을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불경기에는 재고 부담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통기업은 웬만해선 특정 제조업체의 풀라인(full-line)을 구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최소한의 주문 규모를 유지할 것이다.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도 낮아지는 만큼 신제품의 진열을 부탁할 때 더 많은 장려금을 제공해야 한다. 유통망 확장에 제조업체는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확장보다는 오히려 성과를 제대로 내는 유통채널을 키우고 해당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불경기에는 도전적인 신생기업의 활동성이 줄어들고 경쟁이 덜 치열해진다. 따라서 약간이라도 여유가 있는 기업은 오히려 불경기에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아울러 저비용 운영구조를 확보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