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한 해가 지났지만,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20년 경자년은 더 암울하다. 4대 그룹 한 임원은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해 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년은 더 두렵다”고 토로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각종 대내외 불확실한 변수로 내년 계획의 변동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상시 비상경영에 나섰다.
먼저 미·중 무역 전쟁, 선진 시장의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부담이다. 내년 수출의 반등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업황 개선이 예상되지만, 자동차·유화·철강·건설 등은 부진이 전망되고 있다.
올해 디스플레이 업종에 이어 경영 압박이 가중되는 일부 기업들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 이슈가 기업의 어깨를 짓누를 가능성도 높다. 4월 예정된 총선으로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돼 경제ㆍ기업 관련 정책이 뒤로 밀릴 수 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면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대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대선도 내년 11월 치러진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가중 시키는 요인이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정책도 부담이다. 특히 지난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데 대해 재계의 우려가 크다.
경총은 "독립성이 취약한 현행 기금위 구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간기업의 정관 변경, 이사 선·해임 등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은 그 자체로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고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신기술 및 신사업 개발,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와 유연한 정책 등이 함께 이뤄져아 한다는 지적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기존 제조업과 융복합이 이뤄져야 하는데 규제 철옹성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기업 경영 부담을 덜고 새로운 혁신 서비스 실행을 도울 현실적인 조치가 있어야 기업들의 도전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며 “그야말로 버티는 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