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올해로 3년차로 접어든 가운데 종전이나 휴전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뉴 노멀(New Normal)’로 고착화했다며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올해 글로벌 무역 전망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전쟁을 제외하더라도 잇따라 터져 나온 정치 문제가 미·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6월 발생해 아직도 계속되는 홍콩 시위사태는 국제적인 동정을 유발했다. 미국에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지난해 말 성립된 것은 물론 의회가 신장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든 민주당의 어떤 대선 후보든 미국 대통령이 되면 중국에 유화적인 행동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무역협상을 타결하면 그 합의 내용은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적이고 세밀한 분석 대상이 되며 그에 따른 비판은 트럼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도 중국에는 위협적이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을 선호했으며 중국의 인권침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관점에서 살펴보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오르는 것이 최선의 결과일 것이다. 그는 자유무역,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으며 트럼프의 미·중 무역전쟁을 공공연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거 기간 미국 유권자 사이에서 더욱 커진 중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꺼리고 미국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수요도 오랜 무역전쟁으로 인해 다른 나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서 설령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7월 수출 규제가 촉발한 한일 무역전쟁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외교·군사 분야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년 연례 예측 보고서’에서 “한일 무역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미·중의 다툼이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과 달리 한일 분쟁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정치적 불화에 그 뿌리가 있고 양국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높아져 두 나라 정부가 타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해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전쟁도 확전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말 EU의 에어버스 보조금과 관련해 75억 달러(약 8조9200억 원)어치의 추가 관세를 발동하고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에 대해서는 24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는 등 대EU 무역전쟁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미·중 무역 갈등보다 세계 경제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과 EU의 교역량은 미·중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8년 미국은 EU로부터 6839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하고 5745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대중국 수입은 5579억 달러, 수출은 1792억 달러로 EU보다 훨씬 적다. 유엔 산하 국제무역센터(ITC)의 아란차 곤잘레스 사무총장은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세계 경제는 바로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올해 한국과 유럽, 일본 등 외국산 자동차와 그 부품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사용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세계 메이저 신용보험업체인 네덜란드 아트라디우스(Atradius)는 “실제로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만 신차 판매가 200만 대 감소하고 7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한국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한다. 또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시장은 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