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최악의 금융사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펀드 운용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수익률 부풀리기, 투자자 기만, 정상 펀드의 부실 펀드 ‘돌려막기’ 등으로 연쇄 손실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는 양상이다. 펀드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 주장도 계속 나오고,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라임운용은 최근 은행·증권회사 등 펀드 판매사들에 4월부터 만기 예정인 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의 환매 중단을 예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펀드 판매금액은 3200억 원으로, 피해 규모가 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 펀드는 미국 운용사인 IIG의 ‘폰지사기’에 휘말려 자산이 동결된 ‘플루토TF-1호’와 달리 무역보험으로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이다. 하지만 라임은 이 펀드 자금과 코스닥 벤처투자펀드들도 부실 펀드에 투자하는 불법적인 돌려막기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라임의 작년 10월 1·2차 환매 중단으로 묶인 1조5000억 원을 포함해 직접적인 피해 금액이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그동안 라임의 펀드 판매 금액 총 5조7000억 원 규모가 모두 부실화될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라임 펀드 판매를 대행한 국내 은행 및 증권회사 등은 모두 16곳이다.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다. 상품의 구체적 내용이나 원금 손실 등의 위험, 환매 지연 가능성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가입을 권유받았다는 주장이다. 사실로 입증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고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금감원도 사태 악화에 손놓고 있었다. 작년 7월 수익률 조작 의혹이 처음 나왔을 때 “필요하면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방관했다. 이어 10월 6200억 원 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지자 “단순한 유동성 문제로 본다”고 넘겼다. 11월에야 “유동성 문제가 아니고 부실이 심각하다”고 뒷북을 쳤고, 불완전판매 논란이 나오면서 이제야 “은행에 대한 추가검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금융시장의 신뢰 추락은 금융산업 발전의 최대 해악이다. 하루빨리 수습에 나서야 한다. 저금리 추세에 사모펀드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데,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후관리 강화 및 불법행위 대비책, 투자자 보호가 허술해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은행들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팔면서 불완전판매로 크게 말썽을 빚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라임이나 판매사의 위법 사항을 철저히 밝혀내고, 사기 행위를 엄벌해 시장질서의 규율을 세워야 한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의 정비도 서둘러 후진적 금융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