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약 18개월에 걸친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관리무역’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국제 통상 체계를 왜곡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핵심은 미·중 무역의 대폭 확대다. 중국은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앞으로 2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 원)어치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첫해에는 767억 달러, 그 다음 해는 1233억 달러어치다.
세부적으로는 2년간 서비스가 총 379억 달러, 공산품이 777억 달러, 농산물이 320억 달러, 에너지가 524억 달러다. 미국의 2017년 대중국 수출이 1863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대미 수입을 종전보다 50% 더 늘리는 셈이다.
미국은 중국의 수입 확대에 대한 대가로, 지난해 9월 발동한 120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관세율을 2월부터 15%에서 7.5%로 낮추고, 당초 지난해 12월 부과할 예정이었던 1600억 달러 규모 관세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가 수출입 금액과 수량을 정하는 이러한 관리무역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하게 되며, 투자와 생산 판단을 왜곡시키기 쉽다. 대표적인 게 대두 최대 산지인 브라질의 경우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액은 2019년 1~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했으나, 미·중 대립이 완화 조짐을 보인 작년 가을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브라질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대두 생산을 늘려 미·중 마찰을 호기로 대중 수출을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미 수입으로 전환하면 브라질산의 공급 과잉이 심해져 대두의 국제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중 수출품 중 전체의 8%를 차지하는 자동차가 문제다. 중국에서는 통관 기준으로 2018년 수입차 점유율에서 약 21%를 차지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에서의 자동차 수출이 대폭 늘면 수입차 점유율 1위인 독일(28%)과 일본(20%)의 전략에도 영향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의 보복 관세 영향으로 미국에서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은 작년 1~10월에 전년 동기의 약 7분의 1 이하로 급격히 줄었다. 그 대신에 호주산은 25% 늘었다. 이번 합의에서는 중국이 2021년 에너지 수입액을 2017년 대비 4배로 늘리기로 결정됐다. LNG는 그 핵심인데, 미국산 수입이 회복되면 호주 등지에서의 현물 조달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의 대중 수출에는 반도체와 산업 기계도 포함된다. 미국은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테크놀로지 등에 대한 금수조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수도 약해서 2000억 달러어치 수입 확대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