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를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출마 선언에 따라 ‘정치 1번지’ 종로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지로 부상했다. 국회의원 선거 최초의 전직 총리 대결이자 차기 대선주자 1, 2위의 결전이다.
황 대표의 이날 종로 출마 선언은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더 이상 미루거나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보수진영에서는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전 총리가 먼저 출사표를 던진 종로에서 황 대표가 정면대결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황 대표는 선뜻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미적거린다’, ‘종로를 기피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싸움의 의미가 클수록 승패의 명암도 극명할 수밖에 없다. 이긴 쪽은 차기 대권가도에 확실한 초석을 다질 수 있지만, 패배하는 쪽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정치적으로 ‘극도의 위험’을 감수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앞선 선거 결과를 보면 종로는 한국당 후보의 ‘승산이 적은 곳’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후보는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종로에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패한 뒤 짧지 않은 정치적 공백을 가진 바 있다.
결국 황 대표가 결심을 굳힌 데는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공관위는 황 대표에게 ‘종로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라는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후보자 공천 권한을 가진 공관위가 당 대표에게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황 대표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간 용산, 양천, 영등포, 구로 등 여러 지역이 선택지 안에 있었다면, 이제는 종로에 출마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 상황이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이낙연 총리를 기피하는 모양새가 되면 이낙연 전 총리의 몸값을 띄워주는 것은 물론 총선 전체 구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공관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가 어떤 마음으로 종로 출마를 결심했는지는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황 대표는 “나 하나 죽어서 당과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결단을 했을 것”, “제 온몸을 불살라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며 굳은 결기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종로 출마가 이 정권이 만들어놓은 나쁜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종로 선거는 개인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권과 이 정권을 심판할 미래세력의 결전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간 황 대표를 압박했던 공관위도 황 대표의 출마 결정에 반색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황 대표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입장문을 내고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깊은 고뇌와 숙고 끝에 나온 결단은 피 끓는 당원과 나라를 사랑하는 전 국민에게 불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며 평가했다.
한편 상대 후보인 이 전 총리도 황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합니다”라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