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현상)가 수도권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용성’(수원ㆍ용인ㆍ성남시)에 이어 평촌신도시와 의왕시에서도 전용면적 84㎡형 아파트값이 10억 원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4.99㎡형은 지난해 12월 10억 원에 매매됐다. 평촌신도시에서 전용 84㎡대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대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억2000만 원에 거래됐던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실거래 가격이 열 달 만에 1억8000만 원 뛰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2억 원까지 상승했다.
학의천을 두고 평촌신도시와 마주 보고 있는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도 지난달 전용 84.98㎡형이 10억7080만 원에 팔리면서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이다. 2016년 청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전용 84.98㎡형이 분양권 시세가 5억 원대였던 걸 감안하면 시세 차익이 5억 원 넘게 커졌다.
업계에선 정부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함께 수도권으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한다. 경기도의 28개 시(市) 가운데 전용 84㎡형 기준 실거래 가격이 10억 원 이상인 곳은 9곳(수원ㆍ용인ㆍ성남ㆍ과천ㆍ광명ㆍ하남ㆍ화성ㆍ안양ㆍ의왕시)이다. 열 곳 중 세 곳꼴이다. 고양시도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3블럭 전용 84.5㎡형이 최근 9억5000만 원에 팔리면서 10억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억 클럽에서도 수원ㆍ용인ㆍ성남시 3곳이 ‘수용성’이라 불리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수도권광역도시철도(GTX) 구축, 원도심 재개발 등 부동산 호재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수원 팔달구나 성남 수정구 등 원도심 지역의 집값 상승이 특히 빠른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는 서울과 달리 과천이나 분당 등을 제외하면 대출이나 청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도 경기권 아파트의 장점이다.
안양과 의왕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와 안양시가 인덕원에 GTX C노선 정차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교통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평촌에선 호계동 목련 2ㆍ3단지를 시작으로 리모델링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하면 평촌신도시를 조성할 때 들어선 노후 아파트들이 새 아파트처럼 탈바꿈할 수 있다.
외고ㆍ자사고ㆍ국제고 폐지, 정시 확대 등 정부의 교육정책 개편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평촌동 ‘향촌롯데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월 7억5000만 원에 팔렸던 전용 84㎡형이 11월엔 8억8400만 원까지 올랐다. 지은 지 28년 된 노후 아파트지만 중ㆍ고등학교 학군이 좋고 학원가와 가깝다는 장점 덕분이다. 이 아파트의 호가는 현재 9억3000만 원까지 뛰었다
평촌 T공인 관계자는 “평촌 일대는 아직 실수요 구매자가 많다.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지도 않았지만 하락장에서도 안정된 가격을 지켰다”며 “하방 경직성이 있다 보니 안전 자산이라는 점에서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수도권 아파트의 풍선효과가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남부엔 그동안 부동산 가치가 저평가된 지역이 많다”며 “12ㆍ16대책이 효과를 내는 올해 상반기까진 서울 아파트와의 갭 메우기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윤 연구원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서울 아파트값 정체가 장기화하면 수도권에서도 집값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