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쓰는 은행주 언제쯤 오를까?

입력 2008-09-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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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는 오름세를 보이며 1500선을 타진하고 있지만 은행주 주가 흐름은 여전히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의 구제금융안의 의회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악재에도 워렌 버핏의 골드만삭스 투자 소식과 국내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 발표 호재가 맞물려 나흘째 반등에 성공하며 1490선에 안착, 대다수 업종이 동반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은행주는 낙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2.1% 떨어진 271.01포인트를 기록, 글로벌 금융불안이 점차 가시화됐던 지난 6월 이후 은행업종 지수를 살펴보더라도 7월 단기 반등에 나선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완연한 모습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은행주를 둘러싼 대내외적 이슈가 너무 많고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당장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는데 무리가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외부 악재가 진정되더라도 자산건전성 문제와 최근 불거진 M&A 이슈, 환율 상승 등의 변수에서 쉽사리 못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주에 대한 우울한 전망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월가의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통하는 휘트니 오펜하이머 역시 전날 미 정부의 구제금융책이 그동안 심각하게 훼손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당장 개선시키기 어려울 것이고 미 은행권은 배당금의 추가 삭감과 자본조달이 요구된다는 분석 역시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신용위기로 금융주들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져 절대적으로 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 상환 능력의 악화와 부동산 PF대출 부실화 등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큰 편이라서 은행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미 정부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조치와 이에 따른 부실 기관 정리 작업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하지만 대내 요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고민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홍헌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업종 이슈 리포트를 통해 "은행업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핵심 사항은 국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악화 우려로부터의 해소"라며 "현재 국내 은행업이 정상 사이클하에서는 중장기적인 투자가치가 존재하나 대내외 악재가 상존하는 이상 섣불리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시중 은행들의 여신증가율이 최근 4년간 평균11.06%을 나타냈고 오는 2009년에는 5.8%로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처럼 신용리스크 증가에 따른 보수적인 여신운영의 결과 수익성 개선 움직임도 부진한 모습이고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른 은행간 경쟁 격화로 인한 자금 조달비용의 상승, 비이자수익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M&A이슈와 관련해 "외환은행의 인수주체가 될 은행에 대해서는 대형화 기대감을 반영, 긍정적인 주가흐름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이같은 인수합병 재료가 은행주의 동반 상승을 가져오는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악화와 저조한 실적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문제에 대해 "최근 환율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에 따른 고환율 구조가 정착될 경우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제약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고 이는 현재 단기 외화차입에 의존하고 있는 시중 은행들의 유동성을 압박, 글로벌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신용경색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환율 급등으로 통화옵션 손실을 입은 기업들이 은행권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요인 또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서 언급됐던 자금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마진 위축과 채산성 악화, 외화 유동성 압박 위험, 과잉투자 부작용에 따른 기업 차주의 신용위험 증가, 과도한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신용공급, 가처분 소득대비 높아진 가계 빚 등이 일련의 악재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당분간 은행주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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