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벼랑 끝에 걸렸다. 5년 만에 공식적인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헛발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은 충격적인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적표를 내놨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마이너스(-)6.3%라고 밝혔다. 5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연율 환산 기준으로 2014년 2분기(-7.4%)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10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분기 성장률이기도 하다.
중국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4분기 일본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든 데는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민간소비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했다. 소비세 인상 이후 10~12월, 일본 가계 소비는 연율 기준으로 1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가계 소비 감소, GDP 급감 사이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25년간 일본 가계의 소비가 급락한 때는 모두 소비세를 인상한 직후였다. 1997년 5% 소비세를 도입하자 가계 소비가 9.5% 감소했다. 2014년 또다시 소비세 8% 인상으로 가계 소비가 마이너스(-)18.1%를 기록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일본의 민간소비는 경제 회복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10년간 소비가 겨우 2.6% 증가에 그쳤다. 일본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어 지갑을 닫고 또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라는 평가다.
세금 인상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거시적 경제 안정을 위해 증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의 상황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WSJ에 따르면 부채로 지출하는 순이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G7 국가 중 일본이 가장 낮다. 당장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지난 30년간 일본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서 세금 인상 및 정부 지출 감소 주장이 힘을 얻게 됐고 소비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로 보면 이는 실패한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다가올 경기침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래전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일본으로서는 통화정책 활용에 한계가 있어서다.
일본 정부가 또 한번 정책 실기를 반복할 경우, 일본 경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