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대체육(식물성 대체 육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가 돋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일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42억 달러(4조9000억 원) 수준이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10여 년 후인 2026년 2배(81억 달러ㆍ9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대체육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R&D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식물성 대체육 연구 개발'을 위해 위드바이오코스팜, 바이오제네틱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위드바이오코스팜은 농림축산식품부 국책사업인 미래형혁신식품기술개발사업 대체육 분야 주관 연구 기업이다. 바이오제네틱스는 지난해 위드바이오코스팜과 '레그헤모글로빈(대체육의 맛과 식감을 결정하는 육즙의 원료)' 대량 생산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대체육에 대한 세계 독점 판매권을 갖는 계약을 체결하며 대체육 시장에 진출했다.
이경훤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은 "업무 협력을 통해 건강ㆍ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 증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식물성 대체 식품 분야에서 제품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1983년 설립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그룹 식품 계열사의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그룹 R&D의 심장' 롯데중앙연구소가 이들과 협업을 결정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대체육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은 실제로 식물성 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계열사인 롯데지알에스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와 빵, 소스로 만든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미라클 버거라는 제품명은 ‘Not Beef, But veef’라는 컨셉으로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난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이번에 출시된 미라클 버거는 이 회사가 지난해 6월 일부 매장(신천점ㆍ건대점ㆍ숙대점)에서 20일 동안 선보인 테스트 제품을 보완해 만든 제품으로 이전보다 좀 더 '비건 친화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패티뿐 아니라 버거에 사용되는 번스(둥근 빵)와 소스에도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서다. 지난해 출시된 테스트 제품의 경우 “패티를 제외한 소스 등의 재료에 동물성 성분이 사용됐다”는 지적이 일부 비건 소비자 사이에서 제기된 바 있다.
롯데지알에스는 일반 소비자와 함께 ‘플랙시테리언’을 잠재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플랙시테리언’은 평소 채식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육류나 해산물을 먹는, 가장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 유형을 뜻한다.
롯데푸드도 지난해 4월부터 식물성 대체 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푸드에서 선보인 대체 육류 제품은 △엔네이처 제로미트 너겟 △엔네이처 제로미트까스 2종으로 올해 3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5만 개를 기록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제품 라인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