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0%대 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택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주택공급 물량이 부족한 서울에선 기존 전세 물건이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국지적으로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75%로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에 들어서게 됐다. 사실상 제로 금리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매수심리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점에서 주택 수요자들이 이번 금리 인하를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를 맞아 전셋값 상승 등 시장의 불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전셋값은 안정되고, 금리가 내리면 전셋값 상승에 전세시장은 불안해진다.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선 예금 이자소득이 낮다 보니 수억 원의 전세 보증금을 받는 게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월세나 반전세로 돌릴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전세 물량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 사태로 결혼을 미루거나 이사를 유보해 봄 이사철에도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고 있지만 반전세 전환 등이 늘어날 경우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들썩이는 등 전세시장 불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부동산의 2월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57.7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크게 넘겼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기면 공급이 부족하고, 100 이하면 물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서울은 이보다 더 높은 160.9를 기록했다. 2016년 6월(171.4)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가까이 우상향 중이다. 이 때문에 전세가격전망지수도 전국과 서울 모두 113.1, 116.5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4주 연속 0.03% 올랐다. 서울도 한 달째 0.05% 상승폭에 머물러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2주 연속 줄고 있는데도 전세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59.89㎡형의 전세보증금은 1월 12억 원에서 이달 12억5000만 원으로 뛰었다.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센트럴자이 전용 59㎡형도 지난달 4억~5억2000만 원 선에서 전세 거래되다가 이달 전세보증금 규모가 모두 5억 원을 넘겼다. 최고가는 5억30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