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센터를 건설할 부지가 마땅히 없었다는 점이다. 수은은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센터 자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시기가 늦었던 탓에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외부 컨설팅 업체에도 이를 맡겼지만, 결국 수은이 선택한 곳은 기존 연수원 부지인 경기도 용인이었다.
2년 안에 서울에서 용인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일부 IT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타 은행들이 이미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하남 쪽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데이터센터 완공 단계에 들어선 것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것이다.
당장 센터 설립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다른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여유도 없었다. 용인으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숙소나 편의 시설을 비롯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부 실무자들은 이번 데이터센터 설립 과정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라고 표현했다.
방문규 수은 행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을 핵심 키워드로 꼽을 정도로 데이터센터 설립을 올해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런 목표의식 때문인지 30년 가까이 기획재정부 관료로 있던 방 행장에게 ‘디지털 전문가’라는 호칭도 뒤따랐다.
행장 취임과 예산 편성 시기가 우연히 일치하면서 공교롭게 데이터센터 설립은 방 행장의 업적이 됐다. 동시에 방 행장은 디지털의 상징이 됐다. 데이터센터 설립이 실제 방 행장의 업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혼란의 시기일수록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이다. 말 많은 내부보다 조용한 외부의 시선이 때론 더 무서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