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현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매매량은 9만8047건이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거래량이다. 1분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가 9만 건을 넘어선 것은 부동산 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들어섰던 2015년과, 지난해뿐이다. 3월 아파트 거래 신고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량은 더 늘 수 있다.
아파트 가격대별로는 시세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가 1분기 거래시장을 주도했다. 올 1분기 수도권에선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매계약이 8만3328건 성사됐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중 85%가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인 셈이다.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전(前) 분기(7만6362건)와 비교해도 9.1% 늘었다.
시세 6억~9억 원, 9억 원 이상 아파트 매매는 각각 1만903건, 3816건이었다. 특히 9억 원 이상 아파트 매매는 전 분기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12ㆍ16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와 거래 소명 강화, 보유세 부담으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가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12ㆍ16 대책에서 시가 9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시ㆍ군ㆍ구별로는 비규제지역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가장 아파트 매매가 많았던 지역은 수원시(7902건)이었고 △용인(7319건) △화성(5662건) △고양(4456건) △남양주시(3743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2ㆍ16 대책 이후 풍선효과(부동산 비규제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로 수혜를 입었던 지역들이다. 군포시(2838건)와 오산시(1924건)에서도 2월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후 풍선효과로 거래가 지난해 4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에선 △노원(2362건)과 △구로(1231건) △도봉(1119건) △성북(1108건) △강서구(1021건) 등에서 아파트 매매가 1000건 이상 이뤄졌지만 지난해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3만2605건이었던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는 올 1분기 1만5248건으로 꺾였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에선 아파트 매매가 전 분기보다 70% 이상 줄었다.
부동산114에선 2분기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동산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여 연구원은 "올해 2월 비규제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경기와 인천의 거래 건수가 깜짝 늘었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에 진입한 3월 들어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2분기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으로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늘어날 경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가격 조정 국면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