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하강, 교역조건 악화 등 지난해 각종 악재가 쏟아진 가운데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갖고 있던 자산을 팔아 연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살림살이 증가세도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씀씀이가 늘어 5년 만에 축소됐다. 반면 가계는 정부의 부동산투자 억제책에 자금지출이 줄어 호주머니는 두둑해졌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육박했다.
공기업은 -8조3000억 원(각각 4조7000억 원, 13조원)을 보였다. 이 또한 2013년(-20조3000억 원) 이후 마이너스폭이 가장 큰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합한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운용규모도 -72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일반정부는 38조3000억 원(각각 89조5000억 원, 51조2000억 원)을 보였다. 이는 2014년(18조2000억 원)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2018년에는 55조 원이나 늘어 2004년 통계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을 기록했었다.
일반가계와 소규모 개인사업자, 종교단체, 노동조합, 학술단체 등을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는 91조8000억 원(각각 180조1000억 원, 88조4000억 원)을 기록해 2015년(94조9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가계는 특히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현금 및 예금을 129조 원이나 늘렸다.
정규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작년 경제상황이 미중 무역분쟁 등에 좋지 않았다. 기업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순자금조달을 늘렸다. 예금 등을 빼 운용자금으로 쓴 것이다. 정부도 세입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적극적 재정집행으로 순자금 운용규모가 감소했다”며 “가계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으로 인한 가계대출 규제로 신규 주택투자가 감소하면서 순자금운용이 늘었다. 은행들이 예대율 관리에 나서며 저축성예금을 위주로 많이 늘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계의 금융부채 잔액은 전년 대비 87조9000억 원 증가한 1879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GDP(명목기준)는 전년보다 20조5000억 원 늘어난 1914조 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8.2%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3.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16년(4.2%포인트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