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배달 앱의 수수료 변경을 놓고 벌어진 비판과 반대 논리를 살펴보면서 무엇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가격에 대한 시각과 관점이 상당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시장 가격에 대한 불신이 크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이란 공급과 수요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런데 무엇인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은 불완전하며 편향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공급자가 우위에 있고 이에 따라 시장 가격은 공급자에게 유리하며 수요자에게 불리하게 결정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정치권과 언론은 자초지종을 따지지 않고 먼저 때리고 본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예전에 어느 라면회사가 일반 라면의 3배 정도 비싼 신제품 프리미엄 라면을 내놓았을 때도 사회적 비판이 몰아쳐 출시를 중단한 적도 있다.
우리는 가격을 중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가격에 대해서도 가치를 판단하여 좋은 가격과 나쁜 가격으로 구분한다. 좋은 가격은 올리고 나쁜 가격은 내려야 한다.
올려야 하는 좋은 가격의 대표적인 예로 최저임금이 있다.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도 올려야 하는 좋은 가격이다. 내려야 하는 나쁜 가격에는 카드수수료와 임대료가 있다. 대학의 등록금도 나쁜 가격에 속해 반값으로 후려쳐야 한다. 좋은 가격과 나쁜 가격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적 구분이다. 배달 수수료 논란의 저변에 플랫폼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강자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약자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배달 수수료가 인상되면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고 음식 가격이 올라가서 궁극적으로 소비자도 피해를 본다는 논리가 제기된다.
여기에 독점의 횡포가 더해졌다. 배달의 민족이 국내 2~3위인 요기요, 배달통과 합병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가뜩이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수수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수수료 체계를 인상해 비판이 더 거세졌다.
독과점은 시장 실패의 원천이다. 배달의민족에 대하여 불만을 가져도 가맹점과 소비자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공공앱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다. 독과점 기업에 의한 폐해는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까지 일일이 정부가 개입하여 고치려 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만능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의 문제를 다 해결하려 하면 정부 실패가 나타난다. 정부는 가능한 직접 나서기보다 시장 기능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독점적 구조의 강고성은 시장에 얼마나 혁신자가 진입하여 활동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독점 기업이 지배적 위치에 안주하여 혁신을 소홀히 하고 초과 이윤을 얻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순간 혁신기업에 성장의 기회가 열린다. 후발로 시장에 진입한 혁신기업이 차별적 가치를 무기로 고객을 빼앗아 골리앗과 같은 선점 기업을 도태시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인수합병에 의해 인위적인 독점력을 갖춘 배달의민족이 얼마나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지 두고 보아야 한다. 지금도 배달 대행 시장에는 네이버, 쿠팡 등의 신규 진입자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배달의민족과 반대로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를 올해 말까지 면제해 주기로 했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리도록 놔두었으면 올해 말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흥미로울 뻔했다.
시장은 불완전하여 시장 실패가 발생하며 이를 스스로 복원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시장이 완전하지 못하다고 정부가 자꾸 개입하고 대신하면 절대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인내를 갖고 시장이 선순환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개입하고 규제하기보다 혁신적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배달의민족과 같은 독점 기업의 아성에 도전하고 능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혁신성장이 싹트고 클 수 있는 민간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