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심판의 날’…아무도 웃지 못했다

입력 2020-04-16 16:33 수정 2020-04-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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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마무리된 다음 날, 증시에선 정치 테마주의 급등락이 이어졌다. 선거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갈렸지만, 테마 종목들은 투기적 수요를 방증하듯 당선자와 낙선자 관련주를 가리지 않고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19대와 20대 총선 직후 테마주 움직임과도 흡사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직접 출마했거나 연관이 있는 정치인 4명(이낙연ㆍ황교안ㆍ안철수ㆍ오세훈)의 테마주로 묶인 12개 종목의 당일 주가 수익률은 평균 -6.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보합이었고, 코스닥은 2.15%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다.

◇승자는 없었다…테마주 대부분 하락 = 테마주 급락 현상은 당선자와 낙선자를 가리지 않았다. 서울 종로 선거구에서 출마했던 이낙연 후보는 야당 대권 주자인 황교안 후보와의 ‘외나무다리’ 대결에서 압승하면서 이번 총선 최대 수혜자로 꼽혔지만, 테마주는 장 초반 반짝 상승한 뒤 곧바로 내림세로 진입했다.

계열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의 전 대표가 이 당선자의 친동생 이계연 씨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인 남선알미늄은 개장 직후 7.91% 오른 5390원까지 올랐지만 오전 내내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4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국영지앤엠(-5.03%), 서원(-7.27%)도 장 초반 10% 이상 급등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황교안ㆍ오세훈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대부분 장 초반 극심한 낙폭을 보이며 저점을 찍었다가 오후 하락분을 일부 회복했다. 이 중 일부 종목은 주가가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는 한창제지는 장 시작 직후 1920원까지 내려갔다가 소폭 오르며 -11% 수준인 2080원으로 마감했고, 오세훈 테마주인 진양화학(-24.22%), 진양산업(-10.31%)도 10% 넘게 떨어졌다. 다만 황 후보의 또 다른 테마주인 티비씨(2.14%)와 아세아텍(5.09%)은 장 초반 저점을 찍었지만, 오후에 반등하며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이번 총선에 직접 출마하진 않았지만, 국민의 당을 이끈 안철수 대표도 예측보다 적은 의석수만을 확보하면서 테마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안랩은 6.93%가량 떨어지며 5만24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써니전자도 9% 넘게 하락했다.

◇이전 선거 때도 비슷한 양상…단기 투기 수요 주의해야 = 총선 직후 테마주 장세를 종합해보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테마주가 그간의 상승 폭을 반납하는 양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 선거 때부터 반복됐다.

일례로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이 예측을 훨씬 웃도는 의석수를 얻은 안철수 대표가 선거 최대 승리자로 떠올랐지만, 총선 다음날 다믈멀티미디어와 써니전자는 장중 15% 이상 급등한 뒤 내림세로 돌아서 각각 -6.18%, -0.74%로 마감했다. 당시 안 대표가 대주주 위치에 있어 가장 밀접한 영향권에 있었던 안랩만 1.74%가량 올랐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도 부산 영도에서 당선됐지만,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을 빼앗긴 것과 관련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테마주인 전방(-18.7%), 유유제약(-7.1%) 등이 모두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총선 몇 달 전부터 몰린 투기 수요로 단기적으로 몰린 물량이 재료 소멸로 인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거래량 상위 종목 10위 권 안에 정치 테마주 3종목(남선알미늄, 이월드, 한창제지)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번 총선의 경우 통상 테마주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면서 급등락 현상이 총선 직전과 직후에 몰린 특성을 보였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6~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정치테마주를 분석해 보면, 낙선자 관련 정치테마주는 물론 당선자 관련 정치 테마주도 선거일 직후에는 상대적인 가격 하락이 관측됐다”라며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정치 테마주의 이러한 주가 특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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