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 떨고있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내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번 신평사들의 정기평가 시즌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신용평가사 3곳에 따르면 연초 이후 현재까지 18건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현재 국내 신평사 3곳이 정기신용평가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08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간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33개와 34개사였는데,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량 등급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 자금조달이 급한 항공사와 자동차, 호텔·면세점, 정유·화학, 영화관 업종 등의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예고됐다. 특히 SK이노베이션(AA+), GS칼텍스(AA+), 현대오일뱅크(AA-), 에쓰오일(AA+) 등 정유사들은 그동안 초우량 신용도를 고수해왔지만, 올해들어 국내 신평사들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거나, 신용도에 대한 우려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신용도 재평가 작업은 한 발 앞선다.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들이 올해 신용등급을 조정한 국내 기업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증권사 6곳(KB증권·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 에쓰오일과 GS칼텍스, KCC,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LG화학, 이마트, LG디스플레이 등에 달한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 국내 평가사들은 지속적으로 올해 신용등급 방향성의 하향 기조를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1분기 실적 저하가 확실한 상황에서 이번 정기평가를 통해 부정적 하향 검토를 받는 기업들이 이후 신용등급 강등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성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언급했던 것처럼 올해 신용등급 방향성은 여전히 하향 기조를 전망한다”면서 “코로나19의 확산이 둔화된다고 해도 경기 회복에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정적 전망, 등급 하향검토를 받고 있는 업체들과 함께 코로나19의 직접적 타격을 입는 업종의 등급 변동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명수 나이스신용평가 신용평가 총괄 부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적인지 구조적인 것인지 나아가 금융경색으로까지 발전할 지 미지수”라며 “오늘날 세계경제가 고도로 세계화가 진행돼 동시성과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완전 소멸되는 시점까지는 전세계 경제에 양상과 심도를 달리하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