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키코(KIKO·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은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 시한 마감일인 이날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금감원에 또다시 연장을 신청했다. 벌써 다섯 번째 연장 요청이다.
배상금액이 가장 큰 신한은행은 키코 분쟁조정안과 관련한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해 아직 논의하지 못했는데 사실상 이번에도 어려울 것 같다”며 “현 시점에서 라임사태, 코로나19 같은 중요한 이슈가 있기 때문에 키코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얼마 전 이사회 멤버를 3명이나 교체했다. 키코 배상안과 관련해 이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했다는 단서도 달았다. 업계에선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대해 계속 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수용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키코 배상안을 수용한 은행은 우리은행 한 곳뿐이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하나·대구은행도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다시 배상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수용 거부를 밝힌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수용할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 보상을 진두지휘했던 윤석헌 금감원장도 한 발짝 발을 빼는 모양새다. 윤 원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배상)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은행에 더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 금감원이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6개 은행에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피해금액의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 순이었다. 또 나머지 145개 피해 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의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