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올해 스승의 날만큼은 형식적인 날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제39회 스승의 날을 맞이한 15일 오전. 화상 조회를 마친 휘경여중 1학년 담임을 맡은 김현 교사가 말했다.
‘이 주면 끝나겠지’, ‘한 달이면 끝나겠지’ 되뇌던 감염증과의 지긋지긋한 싸움은 어느덧 두 달을 훌쩍 넘어섰다. ‘스승의 날’이라고 더 특별할 것이 없지만 교사들에게 아이들 없는 스승의 날을 맞이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김 교사는 “화상 조회로밖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이 제일 힘들다”면서 “이 같은 상황인데 ‘스승의 날’ 이라 해서 행여나 형식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을까 부담이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굳이 사제간의 정을 쌓는 날이 ‘스승의 날’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아이들과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서문여고 하현준 교사는 스승의 날에도 고민이 깊어 보였다. 등교 수업 일정이 재차 연기되면서 고3 학사 일정이 꼬여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하 교사는 “스승의 날이지만 전화로 아이들의 대입 상담을 하느라 분주하다”며 “특히 아이들이 계속 변경되는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일정에 너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첫 상담 때와 최근 모의고사 때 시험지를 드라이브 스루로 전해줄 때 아이들을 5분 정도 본 게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코로나19사태로 ‘원격수업으로 교사들이 편하게 지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도 감당해내야 한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요즘 놀고먹는 것 아니냐는 주변인의 농담에 의연한 척하지만 마음이 아주 아팠다”면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돌봐왔던 나름의 노력이 모두 무시당한 것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최승후 대화고 진로상담부장은 “학사일정이 자꾸 바뀌다 보니 혼란스럽고 면대면 수업이 아니라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렵다”면서 “많은 교사가 익숙지 않은 온라인 원격수업 준비에 업무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원단체 대표와의 오찬간담회에서 “현장 교원의 열정과 교육 공동체 간 협력이 정부의 노력과 함께할 때 현재의 어려움은 우리 교육이 한 층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교사들의 노고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