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인터넷 미디어가 여론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중도라고 평가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극단적인 진보 내지는 보수로 나뉜단 점에서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7일 발표한 ‘한국의 여론 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이창근 연세대 교수, 정세은 인하대 교수, 최동욱 상명대 교수 공저)’ 보고서에서 “한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이룬 우수사례로 손꼽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이 심화하며 여론 양극화와 정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여론지형이 양극화해 이념성향이나 의견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의사결정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 여론 양극화는 ‘의견 분포상 양극단에 가까운 의견이 호각을 이루며 전체 분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으로 정의됐다. 여론 양극화는 성별·인종·종교·지역·소득 등 사회경제적 특성에 기초한 집단양극화와 연계될 경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된다.
먼저,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WVS)’와 ‘한국종합사회조사(Korean General Social Survey: KGSS)’ 자료에서 유권자의 이념성향 분포 변화를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여론 양극화가 진행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완전 중립 입장을 기준으로 이념성향이나 의견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다.
20018년 12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는 스스로 평가한 자신의 이념성향에서 ‘중도(5점)’라고 답했으며, 양극단인 ‘매우 진보(0점)’와 ‘매우 보수(10점)’는 각각 3%도 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는 ‘다소 진보(4점)’와 ‘다소 보수(6점)’ 사이에 분포했는데, 불평등에 대한 기피 성향이 높을수록 진보 성향을 보이고, 경쟁을 선호할수록 보수 성향을 보였다. 인구통계 특성별로는 남성은 여성보다, 고령층은 저연령층보다 자신의 보수성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특이점은 이념성향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현실정치와 온라인의 여론 형성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정보 편중에 초점을 맞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뉴스매체 등 인터넷 미디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터넷 미디어가 사용하는 표현은 편향성이 높으며, 이용자의 이념성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 패널자료(2012~2016년) 분석에서도 SNS에 노출된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보다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인터넷 뉴스매체에 노출된 이용자는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념성향이 변화했다.
또 뉴스를 선호하지 않는 집단이 뉴스를 선호하는 집단에 비해 이념성향 변화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체가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같은 이념성향이 있는 이용자가 동일 매체를 선별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집단화될수록 여론 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론 여론이 SNS 등 인터넷 미디어를 거치면 표현의 정도가 더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여론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집단양극화가 심화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의견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과 매체의 의견이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치인이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집단 양극화와 여론 양극화를 부추기는 허위정보에 대응하고 정보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미디어 대책을 마련하고, 무분별한 정보 전파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시민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