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부터 사실상 '소통'을 전면 거부당한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16일 남북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오후에는 개성공단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등 마치 문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날 문 대통령이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북 대화와 공동 사업을 제안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북한이 소통과 협력 제안에 대해 무력시위로 답한 만큼 문 대통령이 그간 제시했던 금강산 등 북한 주요 지역에 대한 개별관광이나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남북 보건협력 등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대북특사나 대미특사 등 외교적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북특사 파견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북한의 불만이 남한 보다는 미국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해 대미특사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미후북"이라며 북한보다는 미국에 먼저 특사를 보내 남북대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는 특사와 관련해 별다른 준비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사 파견 이야기가 나온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서는 엄중한 시기일수록 남북대화와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 노력을 병행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류가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어진 북한의 대북 압박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장면이 목격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에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 “저능하다”는 등 맹비난을 한 지 하루 뒤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