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곁의 A에게

입력 2020-06-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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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유통바이오부 기자

몇 달 전 친구 A가 하지정맥류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는 스무 살 이후로 약 10년간 일식집 등에서 요리사로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일했다. ‘장시간 직립’은 하지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정맥류를 유발한다. 생각해보니 수차례 방문한 가게에서 A가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요즘 그는 새 직장을 찾고 있다. 그러나 녹록지 않다. 이 시장은 인력이 남아도는 게 문제다. 요식업계의 경우 ‘스타주(무급 근로를 통해 업장을 체험하고 교육받는 것)’ 관행이 남아 있어 공짜로도 ‘일할 사람’이 넘친다. 초년생의 경우 스타주 이후 취직하면 한 달에 150만 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590원)을 적용한 한 달 임금(약 22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는 가뜩이나 작은 바늘구멍을 더 좁혔다.

정부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최저임금법 위반 영업장 관리감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정부가) 사업장을 일일이 감독하는 것이 어려워 ‘신고감독제’로 단속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신고한 매장만 단속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채용이 알음알음 이뤄지는 이 업계에서 ‘을의 신고’는 보통 ‘용기’가 아닌 ‘객기’로 읽힌다.

현실을 알수록 답답함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A에게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은 좀 나아졌냐”고 묻자 A는 “예전에는 ‘앉아서 쉬는 건 근무태만’이라는 말이 당연했다”며 “최근 여러 매체에서 고용주의 갑질이나 저임금 노동착취는 물론 감정노동자에 대한 배려 문화가 확산돼 전보다 처우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수십년간 ‘열정페이’로 악명 높았던 방송계에선 피고용인의 연대로 지난해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 기준이 마련된 바 있다.

인식은 사고를, 사고는 행동을 낳는다. 수많은 A의 목소리가 고용주 인식 개선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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