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로 예상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9.1% 줄어들며 연간 수출액 5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겠다고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22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하고 생산과 투자, 소비 등 실물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에 머물겠다고 전망했다. 0.1%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는 작년 11월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3%에서 2.2%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앞서 정부 역시 이달 1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0.1%로 2.4%에서 2.3%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불안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수출은 코로나19 사태 지속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결정되겠으나, 중국 등 진정 국면에 접어든 국가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여 연간 전체 수출은 9.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10.7%, 하반기 -7.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간 수출액은 4930억 달러로 예상, 2018년 6049억 달러에서 2년 만에 4000억 달러로 내려앉겠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5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20억4000만 달러) 줄었다. 상반기를 열흘 남긴 20일까지의 올해 연간 수출액 누계는 226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은 연간 기준 5033억 달러에서 4711억 달러로 6.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반기는 전년 대비 6.9% 하락하고 하반기는 5.8%로 감소 폭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전체 교역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389억 달러)보다 170억 달러 줄어든 219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12대 주력산업의 하반기 수출 전망을 보면 코로나19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감소하겠지만 상반기에 비해서는 감소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가전을 비롯해 소비재 성격이 강한 섬유 등과 함께 단가의 영향을 받는 철강, 정유, 석유화학은 물론 경쟁력 약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감소할 것으로 봤다.
다만 비대면 서비스 확산 등에 힘입어 정보통신기기 및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선과 일반 기계도 기주문량의 인도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경제성장에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경기 동향과 정책효과, 미·중 분쟁 추이 등이 변수이며 국내에선 소비심리 회복속도와 정부 정책 효과 등이 (경제성장에)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대응을 적절히 잘하는 경우 우리 산업 및 경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산업기반 유지를 위해 하반기에 경영안정을 위한 금융 및 세제, 내수, 수출 등과 관련한 기존의 지원을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