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유동성 문제없나"

입력 2008-10-27 07:53 수정 2008-10-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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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 충분...지나친 불안심리 경계해야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불안심리가 오히려 금융위기를 현실화 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화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유동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향후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유동성 부족보다는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극대화되면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오히려 현실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한은 유동성 공급 확대

정부는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 19일 금융시장 긴급대책을 발표하고 금융권에 외화유동성 300억달러 공급 방침을 밝히고 진화에 적극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집행하기로한 200억달러 중 30억달러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24일 우선 공급된다. 또 다음 주부터는 나머지 170억달러가 경매방식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나머지 100억달러는 한국은행이 집행할 예정이며, 만기연장이 어려운 은행채도 직접 매입해 줄 방침이다.

특히 한은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총액대출한도를 확대하면서까지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총액한도대출제도의 한도 증액 및 지원대상자금 조정을 통해 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 취급유인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은행들이 건설사나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축소할 경우 실물부문의 경제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신용경색은 좀처럼 풀리질 않고 있다. 은행들이 그동안 자산 확대를 위해 대폭 발행한 은행채를 만기연장하는데 애를 먹고 있으며, 중소기업 대출도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 아닌 신용위기

이같은 상황에 대해 현재의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가 아닌 심리적인 불안이 극대화되면서 나타난 신용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맞고 있는 경제 위기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신용위기"라면서 "(정부는)위기의 본질인 '신용'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에 대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확대와 은행채 매입 등 유동성 공급 방안이 오히려 시장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현재 실질적인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은 104~108%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신용위기가 지속되면 결국 금융위기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진표 팀장은 "은행들의 부채비율이나 연체율 등 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채의 롤오버(만기연장)가 안되는 것은 은행간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동성 위기와 신용위기는 사실상 차이점이 없다"면서 "신용경색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 결국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은행권이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서 자본을 확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결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만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을 통해 시장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각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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