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에는 요즘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이 트럼프의 게시물을 촘촘하게 감시하면서 조금이라도 선정적이다 싶으면 숨기거나 아예 삭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페이스북이 지난주 독일 나치 정권이 쓰던 문양이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광고와 게시물을 삭제해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삭제하지 않기로 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말과 배치되는 일이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에 세 차례나 경고 딱지를 붙인 트위터는 전날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대해 무력사용을 암시한 트럼프의 트윗을 숨김 처리해버렸다. 미국 청소년 사이에 인기가 높은 스냅챗도 트럼프의 콘텐츠를 제한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트럼프 대선 캠프가 소셜미디어 전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미국 내 사용자가 약 1억7500만 명에 달해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페이스북 광고에 1960만 달러(약 236억 원)를 쏟아부었다.
다만 트럼프 측은 만일에 대비해 인지도가 낮은 소셜미디어로 갈아타거나 자체 플랫폼 구축, 독자 스마트폰 앱 보급 강화 등 다양한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선거대책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최근 수개월 간 ‘팔러(Parler)’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4월에는 자체 앱을 발표, 이 앱의 보급을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앱은 직접적 홍보 외에도 열성적인 사용자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트럼프와의 기념사진 촬영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지털 전략을 바꿀 것을 권하고 있다. 라이벌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학과 공동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36%에 그친 반면, 바이든은 14%포인트 앞선 50%를 기록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이날 “지금은 마치 트럼프 대 트럼프와 같은 상황”이라며 “유권자를 향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좀 더 중도 성향과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