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 부부는 2016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공동명의로 마련했다. 2018년 부부는 이 아파트를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전세를 놨다. 부부는 민간임대사업자에 양도소득세 감면을 포함해 여러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를 믿었다. 부부는 지난해 아파트 지분 5%씩 총 10%를 자녀에게 증여하려 했다. 자녀도 임대사업자로 함께 등록하면 증여나 이후 양도 과정에서 생기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국세청은 이 부부처럼 1주택을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엔 양도세 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1가구 공동명의 임대주택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자칫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세청 "0.5채는 과세특례 대상 안돼"
논쟁 핵심은 임대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주택 수 계산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장기임대주택 사업자가 등록 주택을 8년 이상 임대하고 임대료ㆍ보증금 인상 규정을 지키면 양도소득세를 50% 공제해준다. 임대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공제율은 70%까지 늘어난다.
국세청은 A씨 질의에 각 소유자가 임대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해야 장특공제 특례를 적용받는 임대사업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공동명의 임대주택 수에 지분율을 곱한 것이 각 개인이 보유하는 임대주택 수라고 규정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이 각 개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규정하는 만큼 소유 주택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게 근거다. A씨 부부는 각각 임대주택을 0.5채(1채X공동명의 지분율 50%)를 갖고 있으므로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게 국세청 계산이다. 이 경우 일반 장기보유 특별공제 한도가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30%로 줄어든다.
이 같은 해석이 알려지자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반발한다. 제도 도입 당시 제대로 된 안내도 없다가 갑자기 세제 혜택 대상을 줄였다는 게 이들이 분노한 이유다. 부부 공동명의 장기임대사업자 가운데는 절세를 위해 임대를 선택한 이들이 많아 원성이 더 크다. 애초 정부가 장특공제를 도입한 이유도 세제 혜택으로 다주택자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임대사업자 "임대료 인상 제한 감수했더니 뒷통수"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임대사업자 중엔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 외에 한 채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집이 공동명의로 돼 있다 보면 공제받을 거라 예상했던 혜택을 못 받는 게 문제다"며 "이의신청이나 나아가서 소송까지 죽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 팀장은 "임대사업자 입장에선 장특공제를 못 받는다면 무엇 때문에 임대료 제한 등을 감수해가며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겠느냐"고도 했다.
소유 지분에 따른 임대주택 수 계산 문제는 이번에만 불거진 게 아니다. 대법원은 2017년 "임대주택의 호수를 계산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소유자 각자가 그 임대주택을 임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판결문은 "뚜렷한 법령상의 근거가 없는데도 특례조항을 적용할 때 공동사업자별로 각 임대주택의 지분비율을 합산해 그 호수를 계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번 논쟁의 논점과 일치한다. 재판부는 "공동(임대)사업자 각자는 그 지분비율과 무관하게 조합체를 통해 임대주택 전부를 임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해석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법원 판례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전부터 기획재정부 등에선 지분으로 임대주택 수를 계산해왔다"며 "입법 보완을 통해 현행법으로는 위법 소지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광장의 류성현 변호사는 "종합부동산세 등 다른 세제에선 지분 소유자도 1주택자로 인정하는 만큼 소송으로 가게 되면 납세자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A씨 부부는 국세청 해석에 불복해 그 상급기관인 기재부에 재해석을 요청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재해석 요청을 받았으나 아직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다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 방향을 문의하는 등 관심이 달아올랐다고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시간을 쪼개서라도 빨리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