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단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국내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무역분쟁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같은 내용의 ‘코로나19로 인한 미·중 무역 분쟁 확산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수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86.3%가 코로나19로 인한 미ㆍ중간 책임공방이 격화하면서 무역 분쟁도 함께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론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6.0%, 그렇다는 답변이 80.3%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주요 수출국가가 미국과 중국인 기업에서 무역전쟁 확산 의견이 90% 이상으로 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분쟁 확산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한 기업은 13.7%에 불과했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책임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미국은 홍콩의 특별무역 지위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등 갈등이 격화한 상태다.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나쁨 49.7%, 매우나쁨 14.6% 등으로 악화할 것이란 의견이 64.3%로 우세했다. 호전 전망은 4.7%로 좋은 4.0%, 매우좋음 0.7%로 각각 집계됐다. 보통일 것이란 답변은 31.0%였다.
분쟁 확산 시 예상되는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6개월~1년 이내’ 응답이 45.0%로 가장 많았다. 또한 ‘1~3년(31.7%)’, ‘6개월 이내(15.7%)’로 예상하는 기업도 있었다. 주요 수출 국가가 중국인 기업은 ‘1~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이외 수출 국가 기업은 ‘1년’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정적 전망을 비춘 154개사에 대해 예상되는 피해를 조사한 결과,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71.4%)’, ‘미·중 환율전쟁으로 인한 변동성 증가(38.3%)’ 등이 꼽혔다. 이어 ‘중국 시장 위축에 따른 對중국 수출 감소(34.4%)’, ‘중국 내 생산기지 가동률 저하 및 타국 이전 압박(9.7%)’ 등도 제시됐다.
다만 대응전략으로는 ‘별도 대응방안 없음(42.0%)’이란 답변이 가장 많아, 대외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단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응답 기업은 ‘거래처 및 수출시장 다변화(32.7%)’,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 확대(17.3%)’, ‘환변동 보험 가입 등 환리스크 관리 강화(17.0%)’, ‘생산기지 이전(4.7%)’ 등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ㆍ중 분쟁 리스크 극복을 위한 정부 중점 과제로는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해외시장 정보제공 강화(41.7%)’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해외 마케팅 지원 강화(37.0%)’, ‘환율 변동 대응 등 외환 시장 안정화(32.3%)’,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 강화(28.3%)’,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맞춤 전략 수립(16.3%)’, ‘국내 등 생산기지 이전 중장기적 지원(10.7%)’ 순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미·중간 코로나19 책임공방과 홍콩보안법 통과로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무역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확산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수출 중소기업에게 최악의 상황으로, 정부는 시나리오별 중소기업 맞춤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