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과 증권사 중 일부가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아시아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홍콩에서 대만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황톈무(黃天牧)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미국 증권업체가 홍콩에서 대만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른 글로벌 은행들은 신규 지점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증권사와 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황 위원장은 “우리가 누군가를 대체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야망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홍콩은 물론 아시아 다른 지역의 자본과 인재들에게 대만이 어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해의 격렬했던 반정부 시위로 전례 없는 정치적 난기류에 시달렸고, 올해는 홍콩보안법으로 미국과 중국의 광범위한 분쟁 한 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에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에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홍콩 금융인재 엑소더스(Exodus·대탈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인재와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하면 수출 침체로 허덕이는 경제에 금융이라는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홍콩을 떠나 대만에 정착한 사람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황 위원장은 “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국제 기준에 맞추고 일부는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에 연내 IT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새로운 거래소가 세워지면 미국 나스닥거래소와 교차 거래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 금융기관들이 저금리 환경에 맞춰 자산관리 상품과 리버스 모기지 등 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위원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금융허브 지위에 도전하고 있지만 홍콩을 제외하더라도 싱가포르나 도쿄 등 다른 경쟁 상대를 제치기에 크게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피상적인 지원책보다 대규모 규제 완화 등 금융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