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 전 시장 전직 비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가짜뉴스가 나돌면서 민주당이나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피해자 2차 가해가 온라인에 제기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치가 관여된 가짜뉴스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다.
‘미스터리 세계사-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저자인 그레이엄 도널드는 이 책에서 옛 역사가들이나 정치인들이 후원자나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은폐하고 윤색해 가짜 영웅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인이 지어낸 국민 영웅 잔 다르크와 미국 정치인이 정파적으로 만든 아메리카 대륙 최초 발견자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등을 예로 들었다.
콜럼버스와 관련해 도널드 작가는 미국 독립전쟁 이후 영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미국의 첫 발견자로 영국의 지원을 받았던 북아메리카 대륙 최초 발견자(유럽인 기준)로 존 캐벗이 아닌 콜럼버스를 선택했다고 서술했다. 작가는 미국 땅을 한 번도 밟아 본 적이 없는 콜럼버스를 미 대륙 첫 발견자 주인공으로 선택해 학교에서 가르치고 기념행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가짜뉴스에 정치가 개입되면 얼마나 큰 날조와 허위의 사실이 진실인 양 후세에 내려온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최근 미국에서는 콜럼버스가 북아메리카 대륙 첫 발견자가 아닌 데다 금 징수금을 내지 못한 원주민들을 윤간하고 신체 훼손 범죄를 저지른 약탈자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 주에서 콜럼버스 기념일(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에 행사를 하지 않거나 ‘원주민의 날’로 바꿔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날만 되면 콜럼버스 동상의 수난사가 반복되고 있으며 동상 철거와 관련해 주민 간의 반목이 심화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6·25 ‘다부동 전투’의 전쟁영웅으로 불리던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과 관련해 친일 행적과 조작된 전쟁 영웅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국론이 분열된 바 있다. 특히 백 장군의 일본 간도특설대 활동 당시 ‘독립군을 토벌하지 않았다’는 가짜 뉴스가 나돌기도 했다. 백 장군 논란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정치인들이 뛰어들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국론 분열만 심화시키는 모양새를 보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가짜 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자신과 가족에 대해 잘못 보도한 기사 모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가짜뉴스 원흉지로 일부 언론을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진원지는 정치권이나 검찰에서 나온 말이 많아 가짜뉴스라고 하기 어려운 보도도 많다. 이런 사실 관계 문제는 차후에 검증에 들어가겠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 정치권이 개입된 가짜뉴스의 파급력이 얼마나 크고 어떻게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지는 잘 보여줬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도 사건 초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모호한 태도가 가짜뉴스 양산에 한몫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락과 민주당 지지율 추락은 이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의 부끄러운 성인지 감수성이 도마 위에 오를까. 다행인 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한 점과 민주당이 그동안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피해자 호칭을 통일하고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이다.
더는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자중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판단한다면 우리나라도 제2의 ‘콜럼버스’가 탄생하는 부끄러운 역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