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여성의 임신 전 음주가 임신과 태아발달 능력을 감소시키고, 기형아·거대아 출산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동물실험과 임신코호트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8일 밝혔다.
2016년 19세 이상 인구 대상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대생의 월간 음주율은 72.9%에 달한다. 19~29세 여성은 64.1%였다. 고위험 음주율도 여대생이 17.2%, 19~29세 여성은 9.6%로 전체 성인 여성보다 높았다. 2017년 기준으로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이 30.2세, 초산연령은 31.6세, 출산연령 32.6세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사회 진출 이후 여성의 음주 노출은 매우 오랜 시간 유지됨을 보여준다고 보건연구원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박사 연구팀(이유정·김지연·이대연)은 5% 알코올이 든 식이를 임신 전 2주 동안 실험용 쥐에 섭취시킨 후, 임신을 유도하고 태아발달, 출산, 성장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생체 내 산모와 태아 각 조직에서의 대사기능 변화를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 전 알코올 섭취한 실험군에서 임신능력은 22%, 태아 수는 11%, 태아발달능력은 23% 감소했으며, 발가락 기형은 7% 증가했다. 또 출생 직후 몸무게가 정상군에 비해 1.87배 높았으며, 생후 1~3주에서 몸무게는 크게 감소했다. 출생 후 나타나는 거대아와 성장발달 저하 현상은 임신 중반 이후(배발생 15.5일) 산모에서 알코올 섭취에 따른 공복혈당 저하와 일치함이 확인됐다. 임신 전 음주를 한 산모에서 혈당 분해능력(GTT)이 크게 떨어졌으며, 지방간 형성은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태아발달 이상 및 거대아 발생의 주된 원인이다.
한국인 임신코호트(4542명)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추적탈락, 복수임신, 당뇨, 고혈압 등 주요 질환을 가진 산모를 제외한 2886명을 연구한 결과, 임신 전 고위험 음주군에서 거대아 출산율은 7.5%로 비음주군 2.9%, 일반음주군 3.2%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권준욱 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전 음주가 불임·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지어 태아발달 저하와 함께 기형아 또는 거대아 출산 위험을 높이고, 출생 후 성장발육 저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임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가임기 여성, 특히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의 경우 원활한 임신과 산모와 태아의 건강, 출생 후 아기의 정상적인 성장발육을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음주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