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요건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등
'반기업 법' 9월 단독 처리 가능성 커져
최근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강행처리한 176석의 거대 여당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반기업 법안’이 정부안으로 입법 예고돼 있어 9월 중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법안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 활동 보장,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전면 개정이 예고된 데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형프랜차이즈출점 규제 △소비자 집단소송제 등 기업 규제 법안들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여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먼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가 입법예고를 거쳐 다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재선)은 초선 당시 발의했던 재벌개혁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 등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도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등 재벌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박용진 의원 측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전부 개정안에 빠진 개혁안을 담아 또 다른 법안의 발의를 준비해 드라이브를 거는 양상이다.
법무부는 각계서 받은 의견을 토대로 최종 정부 입법안을 마련해 이르면 9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달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하경정)을 발표하며 발표 시점을 이달 말로 못 박은 바 있다. CVC 규제 완화 방안 등은 내용은 29일 예정됐던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논의된 뒤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 늦춰 30일 회의를 거친 뒤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에 입법을 예고한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소수주주권 요건의 선택적용 명문화다. 다중대표소송제도의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책임추궁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때의 기준은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비상장) 혹은 발행주식총수의 0.01%(상장)를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에 해당한다. 모회사란 타회사 주식의 50%를 초과해 소유한 회사를 뜻한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소를 제기할 경우, 자회사의 다른 주주의 존재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독립된 법인격과 자회사 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향한 것 또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일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분 매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가정 시 지분 확보에만 약 30조9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비용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4만4086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수직 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거래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는 제도 간 충돌의 여지가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축소하도록 하는 반면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는 이들의 지분을 높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보유 허용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밖에 정부는 규제 완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막을 각종 안전장치에 관한 내용도 함께 담을 예정이다. 지주사의 CVC 지분 의무 보유 비율 설정, 총수 일가 보유 회사에 CVC의 투자 제한, CVC의 타 금융업 겸영 금지, CVC 투자 내역 보고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장기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해외 수요가 위축돼 ‘코로나 보릿고개’를 맞은 상황에서 거대 여당의 기업 옥죄기 법안 강행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 법안이 통과된다면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