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종이 대부분인 흑돼지 품종을 대체하기 위한 국산 품종이 전국에 보급된다.
12일 농촌진흥청은 2015년 개발한 흑돼지 '우리흑돈'을 전국에 보급해 흑돼지 품종 국산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흑돼지는 약 19만 마리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수입 품종이다. 최근 들어 이베리코 돼지고기 수입이 증가하는 등 고급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져 차별화된 국산 품종 보급이 필요하다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를 보면 2017~2019년 기준 평균 스페인 수입 돼지고기는 약 4만9000톤으로 이 가운데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10%로 추정된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은 '우리흑돈' 종돈(씨돼지)을 이달부터 강원, 경기, 경북 등 7개도 20개 농가에 약 400마리 보급하기로 했다. 씨돼지는 유전체 선발 기법을 적용해 성장률과 등지방 두께 등을 지표로 가려냈다.
'우리흑돈'은 재래돼지의 육질을 유지하면서 성장 능력도 뛰어난 흑돼지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육성한 돼지만을 활용해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했다. 현재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등재됐다.
'우리흑돈'의 근내지방은 4.3%(재래종 4.5%)로 일반 상업용 돼지보다 1.3%P 정도 높다. 사육일수는 시범농가 모니터링 결과 180∼190일로 일반 상업용 돼지(175∼185일)보다 길지만 재래돼지(230일)보다는 40일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상업용 돼지 생산에도 '우리흑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인공수정용 수퇘지로 검증도 완료했다.
일반 상업용 돼지를 생산할 때 '우리흑돈' 정액을 쓰면 사육 기간은 5일 정도 늘어나지만 근내지방(25.9%), 향미(4.7%), 육색(3.4%) 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털색 유전자(MC1R)를 100% 검은색으로 고정해 농가에서 자가교배 후 발생할 수 있는 다른 털색(이모색) 발현을 사전에 차단했다.
'우리흑돈' 보급으로 국내 유전자원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씨돼지 품종으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농진청은 재래돼지 혈통을 계승하는 신품종을 인공수정용 씨수퇘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능력 기준을 마련하고 정책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흑돈'의 성장과 육질 특성에 맞는 사양관리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기로 했다.
'우리흑돈'이 조기에 보급돼 흑돼지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이베리코 돼지고기 수입을 대체한다면 연간 176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동순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은 "'우리흑돈' 브랜드 육성을 위해 사육 농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우리흑돈'의 우수한 육질에 한국 특유의 식문화를 더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K-흑돼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