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류업계 관계자와 전직 백악관 무역 관료 등 소식통들은 이르면 이날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 제품에 유통 보류 명령(WRO)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WRO는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은 아니다. 그러나 CBP가 지정한 제품이 강제 노동의 산물로 판단될 경우 재수출하거나 폐기하도록 강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수입 금지 조치로 여겨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 이슬람계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을 수용소에 감금하고 강제 노동을 시키는 등 인권 탄압을 자행한다며 비판해왔다. 7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 침해에 연루된 기업 11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랄프로렌과 토미힐피거, 휴고보스 등 글로벌 의류 기업에 납품하는 에스켈섬유도 포함됐다. 당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은 시민을 억압하기 위해 강제 노동과 DNA 수집이라는 관행을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WRO 대상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면 제품만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면이 사용된 다른 국가의 제품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CBP는 이에 대해 아직 어떠한 성명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면화 재배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산지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섬유 제품의 약 5분의 1이 신장에서 재배된 면이나 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직물 규모만 해도 연간 400억~500억 달러(약 47조~59조 원)에 이른다. 이 지역의 면화 재배 규모가 상당한 만큼 미국이 실제 제재를 가한다면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많은 의류 기업이 공급망을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WRO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이 미국의 면화 수입을 차단하는 등 보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면화 수출은 올 들어 지금까지 전년보다 62% 증가했다. 7월 면화 수출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206% 급증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WRO 조치에 보복할 만한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비드 번바움 국제 섬유산업 컨설턴트는 “중국이 세계 최대 면화 수입국이라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며 “미국이 WRO 조치를 가하면 중국은 미국산 면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